'신비주의인가'…의혹 입 다문 빅히트에 속타는 시장

'위버스 운영 자회사에 방시혁 지분 있나' 의혹제기
사실일 경우 에스엠-라이크기획과 같은 문제
"대주주의 사익편취 가능…도덕적 문제 소지 있다"
빅히트는 '답변 불가'…부족한 소통에 업계 '답답'
  • 등록 2020-10-01 오전 7:01:00

    수정 2020-10-01 오전 7:01:0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000대1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 대박을 예고했지만, 한켠에서는 빅히트의 투명하지 않은 대응에 불만을 제기하는 기관투자자들도 나오고 있다. 위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는 사안에 대해 의혹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빅히트가 입을 꾹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유가증권 상장사가 되는 빅히트가 지배구조 등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빅히트에 제기되는 지배구조 의혹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팬 플랫폼 ‘위버스’ 및 위버스샵. 위버스에선 아이돌이 직접 글을 남기고, 이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기반으로 앨범 및 굿즈 등의 상품을 판다.(사진=위버스 캡쳐)
최근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빅히트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구체적으론 자체 팬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곳이자 빅히트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비엔엑스에 대해서다. 비엔엑스가 운영 중인 위버스는 아티스트 관련 굿즈를 판매할 뿐 아니라 구독경제와 접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으로의 가치를 평가받아왔다. 빅히트가 단순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이라고 주장한 근거다.

현재 빅히트가 들고 있는 비엔엑스의 지분은 70.9%. 나머지 29.1%의 지분의 소유주가 오리무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몇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이 지분의 주인공이 방시혁 의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빅히트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물적분할로 비엔엑스를 따로 설립한2018년 빅히트의 지분율은 100%였으나 이듬해 71%로 떨어진다. 시장에선 이 사이에 유상증자를 통해 방시혁 의장이 지분을 보유하게 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빅히트 측이 이 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빅히트 지배구조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지난해 이슈가 됐던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과의 문제와 비슷한 구조기 때문이다. 이수만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크기획은 음악 자문 명목으로 매년 에스엠으로부터 수익을 챙겨가는데, 이를 두고 KB자산운용 등은 ‘일감 몰아주기’라며 비판한 바 있다. 만약 비엔엑스 지분 29.1%을 가진 게 방시혁 의장이 맞다면, 빅히트의 경우에도 해당 지분만큼 대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따로 챙겨갈 수 있는 구조가 짜여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비엔엑스가 이익을 내진 못하고 있어도, 빅히트의 주장처럼 향후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언제든 이익편취의 문제가 지적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자료=삼성증권)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비엔엑스 지분을 일정부분 방시혁 의장이 가진 게 사실이라면 에스엠-라이크기획처럼 대주주가 회사 이익을 일정 부분 편취한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에스엠이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익편취 규제 조항을 적용할 수 없었던 만큼 빅히트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020년 반기 기준 빅히트의 연결 자산은 8207억원 규모로 대기업집단 기준에 미달된다.

이 관계자는 빅히트가 이러한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기준은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을 때로, 30%는 일종의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빅히트가 아직 대기업집단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분율을 아슬아슬하게 30% 이하로 맞춰 논란의 여지를 배제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당장 대기업집단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해도 도덕적으론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빅히트도 알기 때문에 지분을 30%를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가져갔을 것”이라면서 “다만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총수일가 지분율 20% 초과일 경우’로 점점 넓어지고 있어 언제든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빅히트가 지분을 100% 가지는 게 깔끔하다”고 지적했다.

빅히트 측은 “답변 불가” 고수…시장은 ‘답답’

빅히트 측은 이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모두 ‘답변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비엔엑스의 지분을 누가 갖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빅히트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업공개(IPO) 기간 중에는 투자설명서 이외의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중동 CIO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언론 담당이 그렇게 대답했다면 그것이 회사의 정책이므로 언급이 불가하다”며 “기관 투자설명회에서도 인사말만 하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빅히트의 과도한 비밀주의에 시장관계자들은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기초적인 정보공개도 안될 뿐더러 제대로 된 소통도 없다는 것이다. 이제 곧 상장을 하는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시장과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IR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 역시 “애널리스트를 위한 설명회가 딱 한 번, 그것도 1시간 동안만 이뤄졌을 뿐 이후 회사와 단 한 번의 연락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기본적으로 팬들을 상대로 하는 곳인 만큼 스케줄 공개 때문에 여러 정보 공개를 꺼리는 곳들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는 상장사는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역시 “빅히트처럼 상장 전부터 연결 재무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등 잡음이 많은 회사는 흔치 않다”며 “상장은 말 그대로 기업을 공개하는 것이니 만큼 시장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장사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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