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시진핑 심기 건드린 마윈…알리바바 시총 열흘새 150조원 증발

中당국, 5년전 알리바바 짝퉁 문제 지적
IPO 두달 전 경고 받았지만 시정 안해
이번엔 앤트그룹 상장 유예에 규제까지
"中, 전자상거래 등 플랫폼 파워 점검"
  • 등록 2020-11-16 오전 12:00:00

    수정 2020-11-16 오전 12:00:00

마윈.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알리바바는 정부와 연애는 하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정부와의 관계를 남녀관계로 비유하며 직원들에게 남긴 충고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구속이라며 기업이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 통제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알리바바와 중국 정부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긴 모양새다.

중국정부발(發) 악재로 알리바바는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광군제(光棍節·솽스이·雙11)에서 83조원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코로나19 충격을 무색케 하는 대박을 터뜨렸지만 주가는 지난 한주 동안 13%나 하락했다. 5년전 중국정부의 발표로 주가가 폭락했던 때와 유사한 양상이다.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마윈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등돌린 중국정부와의 관계를 복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5년 전 짝퉁 문제로 발목…당시엔 알리바바 IPO 후 공개

15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전거래일보다 1.31% 하락한 주당 260.84달러(약 29만원)로 한주를 마감했다. 일주일간 하락폭은 13%포인트로 주간 기준 2015년 1월 넷째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도 알리바바 주가는 0.26% 빠져 현재 260달러선에 턱걸이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3일 앤트그룹의 상장이 연기된 이후 8% 이상 떨어진데 이어 10일 중국 당국이 거대 플랫폼을 상대로 반독점 규제에 나서겠다고 예고하자 또 한번 8% 넘게 폭락했다. 광군제 당일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643억달러(약 71조 6000원) 증발한 것이다. 지난 3일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열흘만에 시총 1353억달러(150조6000억원)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국제증권소송변호사인 하오쥔보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자들은 알리바바가 앤트그룹 사업과 관련한 중대한 사실을 미리 공지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는 2015년 1월, 중국정부와 알리바바가 충돌했던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알리바바 산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60% 이상이 짝퉁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알리바바는 조사 표본의 문제라며 이를 반박했고, 며칠 후 공상총국은 백서를 추가로 공개해 알리바바가 짝퉁 제품과 불법 제품 판매 단속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공상총국은 알리바바 직원들이 검색 순위를 올려주는 등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밝혀 알리바바를 궁지로 몰았다. 당시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하루만에 4.36%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110억달러(약 12조원)나 증발했다.

공상총국은 이 조사를 이미 2014년 7월 마쳤으나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을 고려해 좌담회를 비공개로 열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상장 시점인 9월보다 두달 앞서 규제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음에도 기업공개(IPO) 당시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당했다.

결국 창업자인 마윈이 직접 중국정부를 찾아 적극적으로 협조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알리바바 주가는 몇달간 지지부진했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의 광군제 판매 등과 관련한 가격 부정행위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중국 정부발 악재가 이어진 탓이다.

마윈이 지난해 9월 알리바바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이번엔 상장 전 브레이크…핀테크 규제 강화

5년만에 알리바바는 또다시 중국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비슷한 상황에 몰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국 정부는 이번엔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상장하기 직전에 이를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5년전보다 단호해졌고, 배려는 사라졌다. 특히 이번 앤트그룹의 IPO 중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종 결정했다며 월스트리트저널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당시와 달리 반발하기보다는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5년전 대립각을 세웠다 ‘보복’ 당했던 기억이 생생한데다 이번에는 마윈이 공공연하게 중국 금융당국을 비난해 화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심기를 더이상 거슬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중국 금융 당국이 앤트그룹의 상장을 앞두고 이미 퇴임한 마윈을 부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항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빗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방지’를 이유로 과도하게 보수적인 감독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난해 파장이 일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마윈이 중국 공산당에게 밉보였다는 관측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마윈은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과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등 중국 대표적인 IT 기업인들이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맡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공산당과 관련한 감투를 거절하고 있다. 마윈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방과 연루돼 있다는 음모론마저 나온다.

앞으로 알리바바의 주가가 추락할지 다시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국 정부가 과거보다 강력하게 플랫폼 기업과 핀테크를 규제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IT 업체들이 우후죽순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매금융시장이 급격히 부실화하고 있다는 게 중국 금융당국의 시선이다.

샤오윈치(肖遠企)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수석위험통제관은 15일 열린 한 포럼에서 “금융 혁신이 진입 장벽을 쌓고 이를 고착화해 시장 참여를 막거나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며 “금융 혁신으로 만들어진 과점이나 독점 기업이 과도한 수익을 올려 대중의 이익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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