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코로나보다 더 두려운 공무원의 복지부동

중대본 공무원 대상 특별방역지침 발표 공직사회 술렁
코로나 감염 문책예고…불요불급 등 모호한 문구 논란
공직계 "복지부동 확산 우려…일방적탁상행정" 지적도
  • 등록 2020-12-03 오전 12:02:00

    수정 2020-12-03 오전 12:02:00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언제는 적극행정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면책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문책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가족이 있고,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누군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겠습니까.”

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공무원을 문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공부문 방역관리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직원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방역지침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인사혁신처가 마련한 이 방안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전국 모든 공공부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해당하는 복무관리지침을 적용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국민안전 등을 제외한 불요불급한 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업무 내·외를 불문하고 공공부문의 모든 불요불급한 모임은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이번 특별지침의 이행력 확보를 위해 해당 지침을 위반해 감염사례 발생·전파 시 해당 직원에 대한 문책 계획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당장 징계나 문책 등에 민감한 공직사회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 모임이나 송년회, 회식 등을 자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불요불급한 출장`과 같이 모호한 문구로 공직사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불요불급한 업무라는 것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하는지, 그 어느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징계부터 하겠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정부대전청사에 상주하는 한 공무원은 “기관장들마다 성향은 다르지만 `소속 공무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문책하겠다`는 기관장도 적지 않다”면서 “공직사회에 ‘코로나19 감염=죄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모든 민원인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전화나 유선으로만 일을 하는 경향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도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이유로 징계한다면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면 된다. 공무원 입장에서 코로나 방역과 경제 회복 등 적극적인 행정보다는 무사안일주의식 행정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직계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피하자 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사회적 취약계층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과 지방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여파를 미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누구와·언제·어디에 갔는지, 역학조사가 아닌 수사 수준의 조사를 꺼린 나머지 `감염 사실을 숨기겠다`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제도화된 규칙에 익숙한 공무원들에게 모호한 지침은 득보다 실이 많다. 우리는 코로나19 방역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불요불급한 업무를 따지는 모호성 보다 국민들의 생명과 삶이 더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또 코로나라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은 없는지, 공동체 이익이 아닌 개인과 조직의 이익만 살피는 경우는 없는지 공직자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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