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송된 ‘결혼작사 결혼작곡’은 6.9% 시청률을 기록하며 TV조선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날 방송된 2회는 0.3% 상승한 7.2%를 기록해 전날 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률 면에서는 높은 기록을 세웠지만 임성한 작가의 달라지지 않은 스타일에 우려가 쏠리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TV조선 플랫폼에 맞는 것을 잘 가져와서 좋은 시청률을 내는 것은 맞지만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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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작사 이혼작곡’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이라는 것이다.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다는 이 드라마의 기획은 새롭고 신선함 보다는 익숙함을 내세웠다. 현재 드라마 트렌드에 역행하는, 1990년대 사랑 받던 드라마 소재인 ‘불륜’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임성한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6년 만의 복귀라는 화제성이 더해져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인기의 또 다른 비결은 채널의 힘이다. 중장년층이 주요 타깃으로 분석돼온 TV조선 채널 특성이 다소 올드한 드라마와 시너지를 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소재만 올드한 것이 아니라, 대사 위주로 이어지는 전개 방식도 올드하다. 시청자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요즘 드라마와 달리 인물의 대사나 상상신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옛날식의 드라마 특성을 따른다.
한 방송국 드라마 PD는 임성한 작가가 TV조선에서 복귀를 했다는 것이 주요한 부분이라 짚으며 “TV조선은 50~60대 시청자가 많다. 요즘 보기 힘든 옛스러움이 통하는 채널”이라며 “출연자들의 대사나 상상신으로 상황들을 모두 반복해 보여주고 각인시키는 것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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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드라마 시장을 장악했던 옛날 방식의 ‘불륜’ 소재는 이제 사라졌다. SBS ‘펜트하우스’도 불륜이라는 소재보다는 상류층의 민낯, ‘펜트하우스’ 안에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복수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악귀를 타파하는 히어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 최초 크리처물 드라마인 ‘스위트홈’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이야기들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단순한 ‘불륜’이라는 소재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렇기에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 평론가는 “많은 분들이 막장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컸을 텐데 아직 막장 요소가 나온 것 같진 않고 옛날 드라마의 느낌이 난다”면서 “대사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풀어내는 방식도 많이 쓰던, 익숙한 부분이다. 보수적인 시청층이 많은 TV조선의 특성상 시청률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좋은 드라마인 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