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방역 필름에 QR코드도 장벽"…코로나 1년, 장애인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20일 장애인의 날…‘코로나19’ 불편·위협 이어져
방역 필름은 점자 막고…강의 출석 인정도 못해
복지 시설 잇따른 휴관에 갈 곳마저 잃어 ‘집콕’
코로나19 치명률 비장애인 6배…일자리도 위협
  • 등록 2021-04-20 오전 6:00:00

    수정 2021-04-20 오전 8:20:15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시각장애인 김모(43)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혼자 외출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커피 전문점이든, 복지관이든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려면 입구서 QR코드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휴대전화에서 QR코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다른 기계의 화면 속 네모 칸에 혼자 맞춰 넣는 건 김씨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또 엘리베이터마다 붙어 있는 항균 필름도 김씨에겐 하나의 장벽이다. 점자는 보통 손끝으로 읽는데, 엘리베이터 버튼의 작은 점자 위를 덮은 항균 필름은 점자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김씨는 “스스로 어딜 가지도, 무언가를 하지도 못하다 보니 활동 폭이 매우 줄어들어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어딜 가나 QR코드, 복지시설 잇따른 휴관에 장애인 ‘한숨’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했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속 장애인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들은 방역 수칙으로 생활이 불편해졌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장애인들은 온라인·비대면 방식이 코로나19 사태 속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방역 조치들이 장애인을 오히려 고립게 하는 장치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QR코드 인증이 가능한 앱은 접근성이 열악하고, 온라인 쇼핑에 나서려고 해도 화면을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를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은 거의 없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에서 한숨을 짓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 대체 텍스트가 입력되지 않으면 혼자 강의를 들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는 대학 강의 시스템 자체에 접속하지 못해 출석 인정을 못 받기도 한다. 또 평소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교수들의 판서와 입 모양을 확인하지 못해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인 관련 기관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으면서 갈 곳마저 잃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최근 울산광역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전국 발달장애인 보호자 7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전체의 22.8%에 그쳤던 ‘낮에 주로 집에서 지내는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53.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학교와 재활센터 등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탓이다.

조사를 담당한 센터 측은 “장애인은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감염병 재난 대책 마련과 관련해 우선 고려가 필요한 취약계층”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과 서비스 제공은 국가가 제시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장애인 특성과 돌봄 서비스 형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한 건물 엘리베이터 버튼에 항균 필름이 붙어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신체적·경제적 위협으로도…“장애인 대한 정보 전달 문제”

코로나19 사태는 장애인에게 일상 속 불편을 넘어 신체적·경제적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질병관리청 등의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기준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장애인은 전체 4%에 그쳤지만, 사망자 비율은 21%나 됐다. 특히, 사망자 수를 확진자 수로 나눈 치명률은 장애인의 경우 7.5%로, 비장애인(1.2%)의 6배였다.

이는 장애인 확진자 격리나 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이에 대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에서 (장애인들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병상 부족으로 자택에서 대기하거나 돌봄 공백으로 사망한 사례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장애인들은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례가 많아 고위험군 환자가 많은 게 주요 원인”이라면서도 “청각·노인장애인의 사망자 비율이 높다는 걸 미뤄보면 평소 그들에게 방역 수칙이나 확진 이후의 대응책 등 상황과 관련한 정보 전달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는 장애인 일자리나 직장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파악됐다. ‘2020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2.4%p, 고용률은 2.0%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0%p, 고용률이 1.3%p 떨어진 것과 비교해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셈이다.

전체 6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장애인 임금근로자 중 13만4700여명(21.7%)이 코로나19 사태로 근로일·시간·임금 변화 등을 겪었다고 했으며, 전체의 41.6%는 고용 불안을 느낀 적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이후 퇴사를 경험한 장애인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2만118명(48.9%)은 코로나19 확산이 퇴사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 발달장애인들이 낮에 주로 집에서 지내는 이유 (그래픽=울산광역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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