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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전 수원고법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는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무영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판사 시절의 소회’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판사들의 재판 진행은 재판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판사에 대한 이미지는 곧 법원 신뢰와 직접 연결된다. 변호사들로부터 ‘우수 법관’에 선정되는 판사들이 있는 반면, 일부는 고압적 재판 진행 등으로 ‘갑질 판사’로 지목되기도 한다.
26년 동안 ‘재판을 하는’ 입장이었던 강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법원을 나온 이후 ‘재판을 받는’ 입장이 됐다. “법대의 높이를 새삼 실감했다”는 그는 지난 11개월 동안 재판을 받으며 판사 시절에 다소 미진했던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판사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늘 공정하고 편파적이지 않게 재판을 진행하려 노력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며 “절차적으로 조금 더 세밀하고 친절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판사의 권한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는’ 입장이 되고서야 그 위력을 실감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재판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판사는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주어진 권한으로 당사자들을 더 많이 배려했다면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법관의 꽃’으로 불렸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마지막 기수(사법연수원 24기)였던 강 전 부장판사는 서울고법과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7년 간 행정재판을 담당하며 조세·행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13년 서울고법 근무 당시, 외박 기간 동안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했던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 사건의 주심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을 예로 들며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서 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음에도 법원이 이 같은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이 강 전 부장판사의 믿음이다. 그는 “법원의 인적 구성은 매우 뛰어나다. 다수 판사들의 재판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을 지탱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