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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하게 수습된 줄 알았던 악재가 갑자기 관뚜껑을 박차고 나와 발목을 잡으니 그 심정이 어떨지 짐작됩니다. 하지만 ‘수사가 무혐의 처분됐다’는 발언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복잡한 사정 탓에 수사가 지연됐을 뿐, 죄가 없다고 확정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성남FC 의혹 수사는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 등이 이 대표를 뇌물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160여억원을 받고 그 대가로 특혜를 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5년전 시작한 수사…‘뭉개기’ 논란 겪으며 갈팡질팡
고발장을 받은 분당경찰서는 3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2021년 7월 한 차례 서면조사를 진행한 뒤 이 대표는 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발인들은 이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검토한 박하영 당시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올렸지만,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이를 모두 반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 지청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됐던 인물입니다.
이후로도 갈피를 못 잡는 듯 했던 성남FC 의혹 수사는 ‘윤석열 사단’ 출신인 이창수 성남지청장이 부임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습니다. 검찰은 네이버(035420) 등 기업 10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가속 페달을 밟았고 결국 반년여만에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게 됩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도 비슷한 전개를 보입니다. 재작년 9월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을 만들어 수사에 나섰지만, ‘대장동 일당’을 잡아들이는데 그칠 뿐,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한 수사를 해 ‘꼬리자르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7월 재편성된 수사팀이 전면 재수사 4개월만에 이 대표의 두 최측근을 구속기소하고, 이 대표까지 수사 사정권에 넣은 것과 대비됩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당시 ‘친정부’ 논란을 빚었던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민주당과 교감하고 사건을 뭉개려 했다고 의심합니다.
수뇌부 바뀌면 수사도 바뀐다?…검찰의 숨기고픈 치부
이들은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냐를 떠나서 검찰 수뇌부의 성향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드러낸 좋지 않은 사례들입니다.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다”는 이 대표의 비판도 바로 이런 검찰의 치부를 꼬집은 대목으로 풀이됩니다.
법조계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검찰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기는 것은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 역시 비슷한 직감을 한 듯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관건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입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만 체포·구속이 가능합니다. 현재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개시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건의 증거들을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국회법 93조는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에 대해 제안자가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권 초부터 이 대표와 사사건건 설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쳤던 한 장관이 이 대표의 범죄혐의와 증거들을 직접 나열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장면이 연출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