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병행수입 울리는 QR코드..독점에 가격도 고무줄

병행수입 품질 인증 QR코드, 정부가 독점
가격 66% 갑자기 올려도 견제장치 없어
인증조건 까다로워 "대형사만 받는다" 지적도
  • 등록 2014-02-25 오전 7:41:48

    수정 2014-02-25 오전 11:04:42



[이데일리 안승찬 장영은 기자] 병행수입은 국내 유통시장의 가격경쟁을 유발한다. 제조업체와 독점적인 수입권한을 가진 업체 이외에도 다양한 병행수입업체들이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할인점이나 아마존 등 현지 인터넷몰에서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크다.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병행수입품은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들여온 상품에 비해 평균 20%가량 가격이 저렴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내려가기도 한다. 미국 폴로는 병행수입 제품이 많아지자 지난해 아동복 가격을 최대 40%까지 내리기도 했다.

병행수입 품질 보증 QR코드, 취지는 좋은데..

병행수입 시장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139480)의 경우 지난 2009년 10억원에 불과하던 병행구입 규모는 지난해 6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800억원까지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병행수입 시장은 2조~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품질이다. 병행수입 제품은 진품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 병행수입 제품의 가격에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제대로 된 제품인지 의구심을 갖는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관세청의 ‘병행수입통관인증제도’다.

병행수입통관인증제도는 QR코드(Quick Response, 스마트폰용 바코드)를 통해 해당 물품이 세관의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수입됐음을 관세청장이 인증해주는 서비스다. 제조업체와 정식 계약을 맺은 공식 수입품은 아니지만,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병행수입 상품에 스티커처럼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상품의 품명, 상표명, 모델, 수입자, 원산지, 통관일자, 통관세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수입한 제품이 맞는구나’ 안심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한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한 모든 제품에 QR코드를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소비자들이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QR코드를 붙이지 않으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독점 사업, 가격결정도 맘대로

QR코드 인증은 관세청의 독점적인 사업이다. 관세청 사단법인인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가 지난 2012년 8월부터 관세청의 QR코드 발급을 대행하고 있다. 협회는 애초 QR코드 스티커 한 장에 165원(부가세포함) 하던 것을 지난해 11월 갑자기 275원으로 66% 인상했다.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 정부 산하단체가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병행수입 확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급격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두 달뒤 관세청은 병행수입 활성대책을 발표했다.

한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높인 이후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이 나왔다”면서 “수입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고 말했다. TIPA 협회 관계자는 “QR코드 발행 서비스는 적자사업이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QR코드 인증을 받는 조건도 까다롭다. QR코드를 부착하려면 최근 2년간 관세법·상표법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하고 2년간 병행 수입 실적이 연 1회 이상이어야 한다. 관세 체납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있다.

모든 상표가 다 해당 되는 것도 아니다. 세관에 권리보호 신고된 상표 중에서 관세청장이 병행수입 가능 여부를 확인한 상표에 한해서 통관인증 표지를 붙일 수 있다. 영세한 병행수입 사업자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QR코드의 위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도 제기된다. 인터넷 명품 구매 사이트 등에는 QR코드의 위조가 가능을 묻는 질문이 다수 올라와 있다. 병행수입 물품을 취급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병행수입통관인증 QR코드 스티커 제작은 관세청 산하기관에서 만들고, 수입업체는 그걸 받아다 제품에 부착만 한다”면서 “QR코드 자체가 위조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상품을 가품으로 만들어 똑같은 QR코드를 복사해 붙이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병행수입통관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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