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코 마추켈리 ‘비에카 데코라치오네’(사진=학고재갤러리ⓒ트레버 로이드)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반질반질한 조형물이 보인다. 어린아이쯤은 뛰어올라도 끄떡없을 듯한 쿠션이다. 오른쪽 귀퉁이에 바람막이 튜브가 박힌 걸로 보아 조형물 안을 채운 건 공기일 터.
이탈리아 작가 프랑코 마추켈리(81)는 합성소재를 조각재료로 활용한 선구자로 꼽힌다.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공기주입식 조각과 부조로 이름을 알렸는데. 공업용 소재를 다루기 위한 측정·절단·조립기술을 따로 익혀야 했던 과정도 획기적이었다. 1964년 첫 작품을 만들었다니 얼추 60년이다.
그중 ‘비에카 데코라치오네’(Bieca Decorazione·2018)는 1971년부터 제작해온 연작 중 최근작. 이탈리어로 ‘순수한 장식’이란 뜻이란다. 작품명에 든 ‘장식’처럼 실제 실내공간을 꾸밀 수 있는 오브제가 특징. 작가는 상업화해가는 예술 형태에 반발해 벽에 걸린 모든 것을 ‘순수한 장식’이라고 여겼단다. 하지만 그보단 말이다. 작가가 직접 숨을 불어넣어 부풀렸다니 그 자체로 순수의 정점을 찍은 게 아닌가 싶다.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고공회전, 당신보다도 격렬한’에서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PVC에 공기. 60×60×15㎝. 작가 소장. 학고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