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논란…“공제로 세부담 동일” Vs “이중과세 우려"

OECD 합의안 놓고 기재부-전문가 3가지 논쟁
①삼성·LG·현대차 등 수출기업 세 부담 커지나
②프랑스 과세 시작했는데 정말 안심해도 될까
③유럽·美 분쟁 격화로 韓 국부 유출 충격 있나
  • 등록 2020-02-09 오전 9:00:00

    수정 2020-02-09 오전 9:00:00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10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폴더블 폰 등 차세대 제품을 체험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디지털세(일명 구글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기획재정부는 유럽이나 미국이 디지털세 부과에 나서더라도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 등 수출기업에 추가적인 세금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세법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다른 나라로 국부가 유출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달 27~3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벱스 이행체계’(BEPS Inclusive Flamework)’ 총회에서 제조업체에도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합의안에는 휴대폰·자동차·컴퓨터·화장품·가전 기업에 과세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벱스 이행체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137개국이 참여해 디지털세를 논의하는 다자간 협의체다.

“디지털세 조세 분쟁 굉장히 많아질 것”

이번 총회 결과 관련 논쟁 지점은 3가지다. 첫째, 수출기업의 세 부담이 늘어날지 여부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특정기업에 추가적인 세 부담이 있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 삼성이 제조업체로서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공제를 받기 때문에 내는 세금은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세 도입으로 한 기업이 국가별로 내는 세금이 달라져도 국내외에서 내는 법인세의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해외에 내는 세금이 많아지더라도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으로 기업이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측 입장은 원론적인 판단일뿐 현실에선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기업에 무차별적인 ‘세금 폭탄’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를 추진하자 미국이 최근에 와인세로 맞불을 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경근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디지털세 규정이 자세할수록 각국 법령과 충돌할 수 있어 최종안에는 골격만 담기고 각국이 재량권을 가질 것”이라며 “각국이 재량권을 가지면서 자국에 유리하게 과세권을 행사해 국가별 분쟁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분쟁이 장기화 되고 우리 수출기업은 이중과세로 어려움을 겪는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서비스세 이미 부과돼 이중과세”

둘째, 디지털세 과세가 부과되는 시점이다. OECD는 디지털세 핵심 사항을 오는 7월, 최종안을 연말에 확정하기로 했다. 임 세제실장은 “연말 최종안이 합의된 뒤 다자조약 등 규범화 작업에 2~3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일부 국가에선 디지털 서비스세가 시행 중이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글로벌 IT기업이 프랑스 등 해당 국가에서 거둔 매출의 2~3%만큼 과세를 추가로 내는 것이다. 단기적인 디지털세 성격인 셈이다. 프랑스는 작년에 시행했고 영국은 올해 4월에 도입할 예정이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전문연구원은 “프랑스, 영국 등으로 진출하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우리나라 게임 업체들의 세 부담이 늘 수 있다”며 “디지털세가 확정되기 전에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 “향후 몇 달 안에 해결해야 할 (국가별) 중요한 정책 차이가 있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가들이 일방적인 행동을 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문균 기재부 디지털세대응팀 서기관은 “피해 우려를 고려해 디지털 서비스세 관련 현황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최종안에 美·中 입장 반영되면 韓 불리”

셋째, 국부 유출 규모와 제조업체들이 입게될 피해가 어느정도 일지 여부다.

임 실장은 “글로벌 총매출액, 대상사업 총매출액, 이익률, 초과이익 합계액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된다”며 “삼성 등 우리나라 제조업이 속한 소비자 대상 사업이 디지털 대상 사업보다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기업보다 제조업체가 받는 충격이 덜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중국의 입장이 관철되면 우리나라 제조업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OECD는 이번 총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세이프하버’(안전한 피난처·Safe-harbor)에 대해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세이프하버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기업이 기존 룰과 디지털세 룰 중에서 유리한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기존 룰을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면 수년 간 진행된 디지털세 논의가 백지화될 것”이라며 세이프하버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우리나라도 세이프하버 도입을 우려해 유럽 편에 섰다. 반면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기업을 가지고 있는 미국·중국은 난색을 표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다 연말에 판을 깨거나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유럽은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미국, 중국의 입장을 최종안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수출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불리해진다. 구글로부터 받는 세금보다 해외에 줘야 할 세금이 더 많아질 우려가 커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기획재정부, OECD]
[출처=기획재정부, OECD]
1월3일 KEB하나은행 환율 적용. [출처=기획재정부, OECD]
※디지털세=IT, 제조업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무형 자산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는 방식이다. OECD 등 137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벱스 이행체계)가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무형 자산의 범위, 과세 방식·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장기적 디지털세’ 성격을 띠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세=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가 과세를 하는 방식이다. 과세 대상은 글로벌 IT기업, 과세 방법은 기업 매출의 2~3%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전세계적 디지털세 단일안이 나오기 전에 시행 중인 ‘단기적 디지털세’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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