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주 이병철 '인재제일' 4000만원...케이옥션 67% 낙찰

케이옥션 '3월 경매'서...낙찰총액은 54억원 기록
생소한 해외작가 작품에 관심 쏠려…치열한 경합
佛 샤를 카무앙 4천만원, 印 라킵 쇼 1억8천만원
이우환 '바람과…'·박서보 '묘법' 9억 낙찰최고가
  • 등록 2020-03-27 오전 12:15:00

    수정 2020-03-27 오전 2:37:48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글씨 ‘인재제일(人材第一)’(1981). 생전 경영철학을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필체로 녹였다. 케이옥션 ‘3월 경매’에서 4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1910∼1987) 회장의 글씨 ‘인재제일(人材第一)’(1981)이 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에서 연 ‘3월 경매’에서 ‘인재제일’은 시작가 1800만원에서 출발해 4000만원을 부른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인재제일은’ 이 전 회장이 남긴 숱한 글씨 중 경매에선 처음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 전 회장은 기업인 중 서예를 즐긴 인물로 첫손에 꼽힌다. 집무실에 늘 지필묵을 두고 경영철학을 수시로 옮겼다고 후대는 기억한다. ‘인재제일’은 “일생의 80%를 인재 모으고 교육하는 데 썼다”는 이 전 회장의 ‘사람경영’ ‘기업정신’의 축을 단 네 자로 응축한 것이다. 가로·세로 131×32.5㎝ 크기에 신유하(辛酉夏·신유년 여름) 호암(湖巖)이란 단출한 낙관으로 마무리한 해서체의 ‘인재제일’은 기교나 군더더기가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들어간, 단단한 획을 특기로 삼은 글씨. 과시욕이 없는 대신 고집이 세고 계획과 마무리에서 일치를 봐야 하는 이 전 회장의 성품을 그대로 녹였다는 평도 받는다.

서예부문에서 ‘인재제일’과 함께 나섰던 고종황제의 어필 ‘독서지재성현(讀書志在聖賢)’(연도미상)은 유찰됐다. 중국 당나라 서예가 안진경 서풍을 수용한 조선 정조 이래의 왕실 필체를 그대로 녹인, 굵고 강한 해서체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대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득중동천(得衆動天)’(1969)은 시작가 650만원에 나서 1050만원에 팔렸다.

샤를 카무앙의 의 ‘생 트로페의 다이닝룸에 열린 창문 No.3’(Opened Window in a Dining Room in Saint-Tropez·1962). 케이옥션의 ‘3월 경매’에서 최다 경합을 벌인 작품이다. 시작가 1000만원의 4배인 4000만원에 팔렸다(사진=케이옥션).


이날 경매에서 치열한 경합은 근현대미술부문에서 다수 나왔다. 프랑스작가 샤를 카무앙(1879∼1965)의 ‘생 트로페의 다이닝룸에 열린 창문 No.3’(Opened Window in a Dining Room in Saint-Tropez·1962)은 경합 끝에 시작가 1000만원의 4배인 4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에게 안겼다. 이응노의 ‘군상’(1986)은 600만원에 호가를 시작해 1700만원에 낙찰되며 컬렉터의 뜨거운 관심을 입었다. 이건용의 ‘드로잉의 방식’(The Method of Drawing·2011) 역시 시작가 200만원에 나서 65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최다 경합을 벌인 카무앙의 작품에 배경이 된 생 트로페는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로 카무앙이 폴 세잔, 클로드 모네를 만나며 왕성한 화업을 펼친 장소. 덕분에 작품은 파스텔톤의 화사하고 밝은 색채, 활달하고 가벼운 붓터치를 온전히 품고 있다.

국내에선 사실상 처음 소개한 인도 출신 작가 라킵 쇼(46)의 ‘비취 왕국의 몰락Ⅱ-실낙원Ⅱ’(Fall of the Jade KingdomⅡ-Paradise LostⅡ·2014)는 시작가 9000만원에 출발해 1억 8000만원을 응찰한 새 주인을 찾았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 사이에서 서로를 난자하는 미지의 생명체가 91.5×15.24㎝ 규모의 화면을 꽉 채운 작품. 생소한 주제·색감에 크리스털과 비즈까지 동원한, 대단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뿜는다.

라킵 쇼의 ‘비취 왕국의 몰락Ⅱ-실낙원Ⅱ’(Fall of the Jade KingdomⅡ-Paradise LostⅡ·2014). 국내에는 사실상 처음 소개한 인도 출신 작가에 대한 관심은 자못 뜨거웠다. 케이옥션의 ‘3월 경매’에서 1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사진=케이옥션).


이번 경매에서 또 다른 화제를 모았던 ‘코레아 에 코레아네’(한국과 한국인·1902)는 1000만원에 호가를 시작해 26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 120년 전 서울 주재 이탈리아 외교관 카를로 로제티(1876∼1948)가 7개월쯤 머물며 촬영한 95점에 손으로 쓴 목차까지 얹은 필름이다.

이날 경매의 낙찰최고가는 9억원씩에 팔린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87), 박서보의 ‘묘법 No.10-78’(1978)이 나란히 차지했다.

올해 두 번째 메이저경매를 진행한 케이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67%의 낙찰률을 써내며 약 54억원(53억 6570만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서릿발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경매’에선 62억원어치를 팔며 낙찰률 74%를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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