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들어 7개사 상장철회…대어들도 IPO 발길 돌리나

SK바이오팜 상반기 상장 여부에 주목
카카오페이지·CJ헬스케어·호텔롯데도 관심
실적 하락·마케팅 위축에 투심 우려
대형사, 시장예측 무리…무작정 연기 안할 듯
  • 등록 2020-04-09 오전 2:40:00

    수정 2020-04-09 오전 7:51:47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기대를 모았던 ‘대어’들의 상장 연기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 1분기에는 폭락장으로 인해 공모시장도 위축되면서 벌써 7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물경기 위축으로 증시가 부진할 경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공모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올해 IPO 시장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예비심사 승인 7곳 등 ‘올스톱’

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며 최근 6개월 간 이전상장 및 신규상장 예비심사청구를 한 기업(스팩 제외)은 총 34곳으로 나타났다. 이중 이미 상장한 9곳과 철회한 2곳을 제외한 23곳이 상장을 추진 중이지만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23곳 중 7곳은 예비심사청구 승인을 받았다.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6개월 내에 상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자 이미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올 1분기에는 8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하는데 그쳤고 7개 업체는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했다. 상장한 업체 8곳 중 6곳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뚫으면서 올 초 분위기는 좋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대부분 업체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실정이다.

공모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상장을 추진 중인 대어, 즉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잡았지만, 상장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게 SK바이오팜 입장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최근 상장연기설이 나오고 있지만 당초 계획대로 오는 6월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거래소에 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실적 우려와 마케팅 제한으로 올해 IPO 시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에도 실적이 유지되는 업체나,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상장에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증권사 IPO 담당자는 “크게 두 가지 우려가 있는데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꺾이면 공모가를 산정할 때 불리하다는 점이 있다”며 “두 번째는 바이오 회사는 실적 이슈와 무관하지만 마케팅을 하려면 투자자들을 만나야 하는데 현재 물리적으로 어렵다 보니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장은 예비심사청구 후 2개월간 심사를 받고 승인을 거쳐 증권신고서를 내면 1개월 정도 수요예측을 포함한 마케팅 기간을 가지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향후 시장을 예측하기란 무리가 있다”며 “1분기 실물경기가 타격을 입으면서 공모를 철회한 사례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IPO를 준비해온 기업들이 경기 위축으로 모든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소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생긴 만큼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6개월 내에 상장해야 하지만, 변수가 생긴 만큼 해당 기업이 신청하면 적극 검토해 상장 기간을 유예해줄 계획”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상장 유예를 신청한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 패스트트랙으로 상장 추진할 듯

SK바이오팜과 함께 올해 IPO시장을 달굴 대어로는 △카카오페이지 △CJ헬스케어 △호텔롯데 △현대카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호반건설 등이 꼽힌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한 곳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나머지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개선된 시점에 맞춰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을 이용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 시장 패스트트랙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에 연 매출액 7000억원(3년 평균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300억원의 규모를 갖춰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면 △기업의 계속성(재무안정성 등) △경영의 투명성(지배구조) △경영의 안정성(지분구조 변동 내용) △기타 투자자 보호로 이뤄진 질적요건(종합판단) 중 기업의 계속성 분야를 면제받을 수 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상장을 추진했던 사례는 현대오일뱅크를 꼽을 수 있다.

B증권사 IPO 담당자는 “대기업들은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심사통과 과정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원할 때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형사들은 상장을 추진하면 빨리 상장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지, 시장이 호전되는 걸 보고 움직이겠다는 방침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운용사나 자문사 입장에선 유동자금 확보가 급한데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며 “특히 대형사들은 유사업종 상장사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아무리 대형사라도 상장 일정을 미루는 곳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IPO 시장에서 대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분위기를 선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대어의 실종으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공모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업체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단 한곳도 없었다. 2017년에 2곳 이후 전무한 상태다. 공모규모 5000억~1조원 사이 기업도 2016년 1곳 이후 3년 연속(2017~2019년)으로 없었다.

상장을 추진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요즘 증시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5~6월 공모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SK바이오팜, 카카오페이지 등 규모가 큰 기업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형사의 상장 일정에 촉각을 더 곤두세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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