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출 증가속도는 늦추지 못한 채 애꿎은 서민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도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정부가 수년간 주택담보대출을 죄자 수요 일부가 신용대출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주담대 규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 8월 말 기준 아파트 담보대출은 약 17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175조원에서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뛰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아파트 담보대출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시가 15억원 이상이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12·16 대책을 비롯해 작년말부터 고강도 부동산대출 규제가 쏟아지면서 아파트 담보대출도 주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하려 해도 강도 높은 규제 탓에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며 “전세를 끼고 부족한 돈은 신용대출로 메우거나 이마저도 어렵다면 구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눈을 돌리는 차주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자 신용대출 쪽에 수요가 집중됐다.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차이가 0.47%포인트에 불과했다. 작년 7월에는 신용대출 금리가 1.32%포인트 높았는데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다시 압박에 나섰다. 오는 25일까지 은행권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받을 예정이다. 또 우대금리를 축소해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하거나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 자체는 줄일 수 있어도, 또 다른 풍선효과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거나 혹은 생활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신용대출 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니 일단 추이를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