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주가'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 주의

성공한 삶 이면에 숨겨진 술 문제…조기 발견·치료 중요
  • 등록 2018-08-04 오전 3:32:24

    수정 2018-08-04 오전 3:32:2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알코올 중독자라 하면 제대로 된 직장도 없이 술에 빠져 사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고학력, 고소득의 전문직 중에도 중독자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중독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술 마시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듯 알코올 중독에도 여러 유형이 있고 증상이 모두 다르다”며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4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소득수준과 알코올 중독 유병률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 소득수준이 중·상위층(200만 이상)인 사람의 알코올 사용장애 일년 유병률은 6%로, 4.2%인 하위층(200만 미만)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중 상위층(300만 미상)은 3.5%에 달했다. 2011년 조사에서는 상위층(4.4%)이 하위층(3.5%)보다 더 높았다.

이무형 원장은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삶과 술 마시는 삶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해 주변의 좋은 평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본인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더욱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역시 문제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원장은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타인의 평가에 예민해 음주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도 주변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음주를 통제하려고 시도한다”며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술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망가져 치료가 필요한 뇌질환으로 의지만으론 극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사회생활도 잘 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대한 음주 문화도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선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을 애주가라 부르며 중독에 대한 의심을 미리 차단하기 때문에 술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의 치료 시기는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지속적인 음주로 신체나 정신적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원장은 “알코올 중독은 술을 마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으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술에 관대한 문화와 인식을 개선해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고도적응형 알코올 중독’은 술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고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 다사랑중앙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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