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산의 자태에서 500년 왕조의 도읍을 지켜 온 역사의 무게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성공의 역사였고, 때로는 실패의 역사였다. 산줄기가 완만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막상 계곡에 들어서면 정상에 오르기까지 온갖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사직의 안녕과 번영을 내던지는 지경까지 이른 불행한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다시 나라를 찾아 정부를 세운 지도 어언 70년이 지나갔건만 이러한 정치적 궤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취임 초에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잘 나간다 싶었으나 끝내 제풀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더욱이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은 영어의 신세가 돼 버렸다. 새해 아침, 북한산을 바라보며 나라의 운세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올해는 국민들이 나라 걱정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소박한 희망이 그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 나라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비슷하다. 아무리 힘을 낸다고 해도 바라는 만큼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시장의 마찰이 심각하다.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들까지 아우성인데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시 눈을 들어 북한산을 바라본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의 진로는 과연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연말에 이를 때쯤이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나가 있을지가 궁금하다. 정치적 리더십이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가기를 바라지만 혹시 그러지 못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황금돼지 해라고 복주머니가 저절로 굴러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산을 향해 정화수라도 떠놓고 두 손 모아 치성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