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심슨네서 철학을 발견하다

심슨 가족이 사는 법
윌리엄 어윈 외|492쪽|글항아리
  • 등록 2019-07-24 오전 5:04:00

    수정 2019-07-24 오전 5:04: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표지만 보면 최근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를 내세운 말랑말랑한 에세이 같다. 만화 ‘심슨 가족’의 주인공들이 표지에 큼지막하게 나와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자마자 예상이 빗나간다. 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담긴 것은 수학·심리학·신학·정치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심슨 가족’에서 발견한 심오한 ‘의미’다.

1987년 버라이어티쇼 ‘트레이시 울먼 쇼’의 한 꼭지로 방영을 시작한 ‘심슨 가족’은 1989년부터 폭스TV에서 정식 프로그램으로 매주 한 편씩 방영하고 있다. 최근 시즌 30을 마치고 올가을 시즌 31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심슨 가족 5명과 이들을 둘러싼 스프링필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대중문화 대표 콘텐츠로 미국 시트콤·애니메이션 사상 최장기간 방영 기록을 매 시즌 갈아치우고 있는 인기작이다.

이 작품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바로 아빠 호머 심슨이다. 샛노란 피부, 엄청나게 큰 눈, 반들반들하게 벗겨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자국에 불룩 튀어나온 배는 호머의 트레이드 마크. “뜨악!”(D’oh!)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늘 맥주와 도넛만 생각하는, 철학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저자들은 호머가 남긴 수많은 대사에서 철학적 성찰을 찾아낸다. 대표적인 예가 “시도란 실패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말. 여기엔 사트르트가 남긴 “모든 인간행위는 동일하며 모든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원칙에 놓여 있다”란 말이 숨겨져 있다. 사르트르 외에도 소크라테스, T S 엘리엇, 넬슨 만델라 등 유명인들이 남긴 명언과 흡사한 대사도 수두룩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들은 호머 심슨의 딸 리사 심슨에게서 반지성주의에 대한 현실을, 아들 바트 심슨에게서 니체의 사상을 발견한다. 이들의 철학적 성찰은 성정치학, 타율성과 자율성,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 등 무궁무진한 방향으로 펼쳐진다.

“만화영화에 심오한 의미 따윈 없어. 싸구려 웃음을 선사할 뿐이라고!” 누군가는 호머의 말처럼 ‘심슨 가족’에서 철학을 찾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30년간 긴 생명력을 이어온 콘텐츠에는 세상의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녹아드는 법이다. 비록 만화지만 ‘심슨 가족’ 속 다양한 인간군상에서 길어올린 ‘철학의 향연’은 우리의 삶 또한 철학과 밀접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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