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호모 에코노미쿠스'와 인간적 삶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0-02-10 오전 5:00:00

    수정 2020-02-10 오전 5:00:00

사람들이 경제적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까닭은 대부분 인간적 모습으로 여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사소한 부정, 작은 거짓말 같은 것들도 저마다 마음속에 그늘을 지게하고 마음의 바다에 파도를 치게 만들어 정신적 낭비를 초래한다며 경계했다. 물질에 얽매이
지 않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마음의 자유를 찾는 길이 바로 인간적이자 진정으로 경제적인 모습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듯 자기 자신을 가치 있게 의식하려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도덕적 행동을 선호하기 시작한다. 보통은 청소년 시절을 지나면서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는 ‘인격적 존재’로 성장하고 싶고 그에 따른 만족감을 느끼려 한다. 선한 의지, 선한 행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성장시켜 자율적 인간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선하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정직’은 국어사전에 ‘거짓이나 꾸밈없이 바르고 곧은 마음의 상태’라고 적혀 있다. 공동체 사회에서 신뢰가 두터워지면, 자신의 본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효과가 뜻밖에 클 수 있다. 더하여 상대의 본모습이나 의중을 살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적 모습이 가장 경제적이다.

주관적 효용을 중시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미제스(L. v. Mises)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자유로운 경제적 선택을 보장하는 사회의 틀을 지칭하는 자유주의(自由主義)는 인간의 외형적 복지만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정신적 풍요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라며 물질문명의 한계를 지적했다. 물질세계와 정신세계가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정신적 가치를 물질로는 절대로 대신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절대빈곤을 벗어나면 생존 그 이상의 정신적 여유를 찾고 싶은 것이 ‘경제적 인간’의 뿌리치지 못할 심성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는 세속적 부가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의 허기진 내면세계를 채우지 못하고 되레 더 공허하게 만들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고 주변에서 봐도 부와 권세 그리고 명성을 크게 얻은 인사들의 안을 들여다보면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보다는 더 갈증을 느끼며 두리번거리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삶의 수단과 목표를 혼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겉으로 보는 화려한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각박한 삶, 비경제적 인생을 사는 셈이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도리를 지키며 덕을 쌓다 보면 당장은 몰라도 마침내는 주위를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된다. 지켜야 할 도리를 저버리면 당장은 그 폐해를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결국에는 주변을 어지럽게 물들인다. 지도층일수록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커지므로 흐지부지하지 말고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

선하게 행동하려는 도덕적 행위는 공동체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성숙해지면서 자신에게 스스로 요구하고 지키려 들기도 한다. 니체는 “선한 행동이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해지며 습관이 되다 보면 본능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인류는 비관적이 아니라 희망적이라는 얘기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단하는 자유정신을 가져야 인간으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사람의 심성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형성되지 않고 인간성은 한 번 상실하면 회복하기가 좀처럼 어렵다는 사실이다. 평소 인간의 도리,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는 습관을 기르는 길이 바로 경제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 모습이 바로 능률과 효용을 높이는 ‘경제적 너무나 경제적’ 모습으로, 행복의 문으로 다가서는 지름길이 분명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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