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일·학습문화 실험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 등록 2020-03-03 오전 5:00:00

    수정 2020-03-03 오전 5:00:00

글로벌 ‘팬데믹(pandemic)’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은 그리스어 ‘pan(모두)’과 ‘demic(사람)’의 합성어로 전염병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 6단계 중 최고등급에 해당된다.

역사적으로 중세 유럽인구의 1/3을 앗아간 흑사병, 1918년 1차 세계대전 기간 중 5000만 명 이상을 숨지게 한 스페인독감, 1968년 사망자 80만 명을 낸 홍콩독감 그리고 가장 최근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 WHO는 팬데믹을 선언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신종 전염병도 팬데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WHO 산하 세계준비감시위원회(GPMB)는 기후변화로 인한 바이오 변형, 국가와 도시 간 모빌리티의 증가, 도시화로 인한 인구밀집 등으로 조만간 팬데믹이 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불행한 예측대로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전염병은 이제 글로벌 확산 추세로 접어들었다. 현재로선 이번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나 지난 메르스 사태 시 186명 감염에 종식 선언까지 6개월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에 대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직장과 학교의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일과 학습의 형식을 시도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디지털 기업들을 중심으로 2주 이상의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몇 몇 대기업에서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도 재택근무를 명령했으며, 홍콩의 공무원들은 음력설 연휴이후 몇 주 동안 집에서 일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형태의 대규모 실험은 신종 전염병이 앞당긴 사례이나 세상은 이미 온·오프라인이 긴밀하게 연결된 초연결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개월간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전국에서만 29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약 1억 8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집에 갇혔다. 이로 인해 중국은 공영 텔레비전을 통해 초등학교 수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5000만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전국교과과정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학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이 가능한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인공지능 벤처 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소프트웨어 혁신기업을 배출한 덕이다.

홍콩의 학교는 4월 20일까지 문을 닫지만, 계획대로 3월 27일에는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일하는 부모는 수업이 중단된 어린이들을 돌봐가며 산만한 가운데 회사 일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하며 세계의 거래처들과 회의를 할 수 있는 것이 초연결사회의 비즈니스 변화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일자리 감소가 그것이다.

학습형태의 변화에서 이미 그 그늘은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시간강사와 민간교육기관의 프리랜서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 불평등으로 인한 학습동기 저하, 가정에서 고립되어 공부하며 겪는 심리적 불안정 등의 문제도 겪는다.

이렇듯 앞으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이 아닌 ‘집안에서의 가족과 업무의 균형’이 새로운 실험과제가 될 것이다.

중세시대 전염병의 공포는 신앙과 주술에 의존했으나 이후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의료기술에 눈 뜨며 르네상스 문화가 탄생한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급격한 기술진보와 맞물려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일과 학습형식의 대실험과 지혜로운 문제해결은 이 흐름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도의 중심은 한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이자 기회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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