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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코로나 늑장 대응 쿠팡, 투자 유치도 '먹구름'

코로나 확진자 판정에도 물류센터 강행 뭇매
"지금껏 쌓아온 고객 신뢰도에 치명타" 전망
든든한 후원자 비전펀드 역대급 손실에 휘청
코로나 리스크 딛고 추가성장 일궈낼지 관건
  • 등록 2020-06-01 오전 2:40:00

    수정 2020-06-01 오전 11:18:33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콧노래가 비명으로 변하는 데 하루면 충분했다…”

경기도 부천 물류센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이 직면한 문제는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택배 수요가 급증하며 ‘최강 수혜자’로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일한 확진자 대응이 뭇매를 맞으면서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쿠팡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일본 소프트뱅크마저 자금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면서 거대 자본금 투입에 따른 외형성장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코로나 확진자 초기대응에 뭇매 맞는 쿠팡

31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첫 발생한 부천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공간이 넓고 물건이 많아 소독이 어려워 하나하나 닦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죽은 바이러스일 가능성도 있어 전파 위험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독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확진자 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금지에 해당하는 조치다.

쿠팡은 확진자 발생을 인지했음에도 물류센터 운영을 강행한 사실(26일 이데일리 단독보도)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확진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지 않고 업무를 이어가려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온 뒤에야 폐쇄를 결정하면서 기업 신뢰도에도 치명타로 작용한 모습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쿠팡의 대처를 두고 ‘소탐대실(小貪大失)이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증하자 물류량 처리에 급급한 나머지 물류센터 폐쇄를 미루다 지금까지 쌓아온 고객의 신뢰를 모조리 잃을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64.2% 증가한 7조153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조1279억원에서 7205억원으로 36% 줄면서 영업익 전환에 가속도가 붙던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호재로 작용한 쿠팡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매출액 경신은 물론 영업손실을 대부분 털어낼 것이라는 계산이 과욕으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의 신뢰가 생명인 리테일 비즈니스에서 쿠팡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폐쇄결정을 내렸다면 지금과 같은 질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쿠팡이 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서 충성 고객을 늘려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응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든든한 후원자 비전펀드 위기…투자유치 먹구름


쿠팡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태우며 외형성장을 주도했던 소프트뱅크가 역대급 위기에 봉착한 점도 쿠팡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요소다.

소프트뱅크는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 1일~2020년 3월 31일)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15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1조3646억엔(15조5000억원)에 당기순손실은 9615억엔(10조9500억원)으로 일본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가 10조엔(113조9000억원) 규모로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비전펀드’에서 12개월 새 1조9000억엔(21조6300억원) 손실이 난 점이 뼈 아팠다.

쿠팡은 수익 창출보다 인프라와 배송 서비스 등 외형성장에 방점을 찍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을 이끌어내기도 여의치 않았다. 국내외 대형 헤지·사모펀드들이 쿠팡의 성장성을 알아보고 투자한 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조 단위 누적적자에도 쿠팡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데는 비전펀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쿠팡이 2010~2018년까지 유치한 자금 약 36억5000만달러(4조5000억원) 가운데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가 투자한 금액은 82% 수준인 30억달러(3조7000억원)로 알려졌다. 쿠팡의 최대주주로 아낌없이 돈다발을 풀던 비전펀드가 흔들리면서 추가 자본 확충에도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쿠팡이 앞선 방식의 자금 수혈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들어 급증하던 매출은 투자금 추가 유치를 위한 중요한 돌파구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부실한 관리가 리스크로 불거지면서 추가 투자금 유치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앞선 인프라 투자가 완성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현재 리스크가 얼마나 지속될지와 이후 어떤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2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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