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효과…양구, 전국서 관람객 운집 "축제 분위기"

  • 등록 2021-05-10 오전 6:00:00

    수정 2021-05-10 오전 6:00:00

[양구(강원)=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요 며칠 ‘이건희컬렉션’ 덕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양구가 거의 축제 분위기입니다. 미술은 잘 모르긴 해도 대단한 작품이 왔다니깐 괜히 뿌듯하고 좋네요.”

지난 7일 강원도 양구 버스터미널에서 박수근미술관으로 가달라는 말에 택시 기사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도시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에서도 주민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이 직접 달았다는 플래카드에는 ‘국민화가 박수근 작품 18점 고향 품에 안기다’라고 적혀 있었다.

강원 양구군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박수근미술관은 이달부터 전국 처음으로 이건희(1942~2020) 삼성전자 회장의 수집 미술품인 이른바 ‘이건희컬렉션’ 기증작 중 박수근 화백의 18점을 공개하는 특별전 ‘한가한 봄 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를 시작하면서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와” 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작품을 살폈다.

[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7일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수집 미술품인 ‘이건희컬렉션’ 기증작 18점을 공개하는 특별전 ‘한가한 봄 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를 관람하고 있다.
컬렉션 18점, 이건희 회장의 작가에 대한 애정 드러나

새롭게 전시된 기증작은 유화 4점, 드로잉 14점이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 관장은 “평소 이 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워낙 박수근 작가를 좋아했다고 들었다”며 “그 덕에 좋은 작품들을 다수 컬렉션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화 4점은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마을풍경’ 등으로 모두 박 작가의 주요 소재별 유형의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 공간을 마련해 유화 작품만 따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엄 관장은 “삼성 측에서 직접 미술관의 소장품을 꼼꼼히 살핀 후 가장 필요한 작품들을 선점해서 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기 업은 소녀’는 박 작가의 대표적 작품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이 작품은 ‘아기 업은 소녀’ 시리즈 10점 중 소녀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2점 중 하나로 의미가 남다르다. 카메라가 없던 시절 직접 노상에서 그림을 그렸던 박 작가는 정면에서는 사람을 스케치하기 민망했던 듯, 대부분의 아기 업은 소녀는 뒷모습이나 측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소녀는 온화하고 푸근하며 넉넉한 표정으로 정면을 향한다.

‘한일’은 박 작가가 1959년 제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추천작가로 출품했던 작품이다. 해외에 반출됐다가 200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돼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엄 관장은 “박 작가의 작품이 더이상 해외에서 떠돌지 않고 한국으로, 그것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드로잉 14점은 대부분 가로 18cm, 세로 11cm의 작은 종이에 연필로 그린 것들이다. 앉아있는 여인의 뒷모습,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의 모습 등 본 작품을 그리기 전 스케치 단계다.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고액을 주고 사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이 회장이 평소 박 작가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박수근 ‘아기업은 소녀’(1962), 34.3×17㎝, 합판에 유채(사진=박수근미술관).
전국에서 모여든 관람객…“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도

평일 오전이었지만 미술관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미술관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사전 예약으로 30분당 전시 관람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 예약을 하지 않은 방문객도 전시장 내 인원 제한에 맞춰 입장시켰다.

전시장 입구에는 입장대기를 하는 사람들 10여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를 시작하고부터 일평균 관람객은 136명으로 평소의 3배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일인 어린이날에는 258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이건희컬렉션’을 누구보다 빨리 만나본다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에서 그림을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는 박순자(72)씨는 “이건희컬렉션에 일반인과 다른 어떤 안목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박수근미술관에는 처음 왔는데 강원도 여행도 겸해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친구와 온 이시은(42) 씨는 “미술관 외에 인근에 도자기 박물관, 인문학 박물관 등 볼거리가 있어 가끔 양구에 왔는데 ‘이건희컬렉션’으로 볼거리가 늘었다”며 “이런 효과로 관람객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수근미술관 측도 기증의 의미를 살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나누겠다는 방침이다. 엄 관장은 “내후년에는 미술관에 기증홀을 새롭게 만들어 이 회장의 기증작을 따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건희컬렉션’이 양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온 셈이다. 이번 특별전은 10월1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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