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돌리면 손해"...석유화학업계 '혹한기' 장기화되나

주요 국내 석유화학업체 공장가동률 60~70%
에틸렌-나프타 가격 66달러..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밑돌아
증권사 작년 4분기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
"中 수요 회복 관건..공장 정상화 시기 늦어질 수"
  • 등록 2023-01-15 오전 9:21:50

    수정 2023-01-15 오전 9:21:5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공장이 안 꺼질 정도로 최소한의 수준으로 돌리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

경기 침체로 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공장가동률을 더욱 낮추는 등 생산량 감축을 통한 버티기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현재 NCC(납사분해)공장 가동률은 60~7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의 경우 통상 45일이 소요되는 정기 대보수 기간을 60일로 늘려 지난해 말부터 재가동에 나섰지만 가동률은 지난해 80%대 수준보다 더 떨어졌다. 여천NCC의 경우 지난해말 종료 예정이던 정기보수를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LG화학 여수 납사크래커(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석유화학업체가 자체적으로 가동률을 낮춘 것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산출된 나프타를 분해해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 화학 제품을 만드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크게 뛰어오른 반면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줄면서 생산품인 에틸렌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는 66.75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110달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은 300달러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톤당 300달러를 밑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째다.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인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월별 1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최근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지난해 4분기 LG화학(051910)의 컨센서스(증권업계 평균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15조213억원, 영업이익은 6615억원이다. 이는 1개월 전 전망치(매출액 15조694억원, 영업이익 8009억원)보다 매출액은 481억원, 영업이익은 1394억원 줄어든 수치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7668억원, 영업손실 915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달새 영업적자 폭은 28억원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석화업계 업황이 개선되기 위해선 중국의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수요 회복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은 중국 수요 복원 강도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면서 “특히 공장 가동 정상화 시기는 단순한 수익성 개선 수준이 아니라 중국내 쇼티지(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내 석유업체들이 일정량 주문 물량을 확보한 뒤에나 비로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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