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인생 30년 한명구 "색깔로 치면 나는 빨강"

연극 '레드'서 화가 마크 로스코로 열연 중
드라마 '화정'으로 TV 첫 출연
대학교수로 후진양성도
"원래 군인이 꿈…재수 안 하려 시작한 연극이 삶 돼"
  • 등록 2015-05-14 오전 6:40:00

    수정 2015-05-14 오전 9:10:49

배우 한명구는 요즘 대학로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드라마 촬영에 연극 두 편을 동시에 소화하고, 대학서 학생도 가르친다. 그는 “스케줄이 복잡해 민폐”라며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재충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 속사포 대사 속 팽팽한 긴장감이 객석을 압도한다. 단 1분 30초만에 하얀 캔버스를 새빨갛게 칠한 뒤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장면에선 터질 듯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1985년 극단 ‘목화’에서 연기를 시작해 30년을 맞은 배우 한명구(55)는 요즘 누구보다 바쁘다. 평일 오전에는 대학(극동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저녁이면 연극 ‘레드’(31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를 통해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에 빙의한다. 공연 후반이라 출연 회차는 줄었다지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로도 변신한다. 생전 처음 TV드라마에도 나온다. MBC 사극 ‘화정’에서 광해군이 총애하는 영수 정인홍 역을 맡았다.

“원래 겹쳐서 출연하지는 않는다. 꼬였다. ‘화정’에서 약속한 시간에 연락이 안 와서 ‘레드’를 선택했다. 로스코의 얘기가 맘에 들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화정’에서 연락이 왔다. 대본을 받자마자 혼자 연습에 들어갔다. 어쨌든 양쪽에 민폐다.”

연극 ‘레드’는 로스코와 가상인물인 조수 켄만 등장하는 2인극. 1958년 로스코가 호화 레스토랑 포시즌에 걸릴 벽화를 그릴 건지를 놓고 심적으로 갈등했던 실화를 재구성했다. 2011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앙코르무대를 올리는 작품은 앞세대와 뒷세대의 충돌, 인간이 겪는 양심적 고뇌, 성찰의 과정을 심도있게 다뤄 연속 흥행을 기록 중이다.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극은 관객과의 접점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레드’는 계획하고 바라고 실패하는 현대인의 갈등요소를 잘 담고 있다. 이성과 감정, 관계에서 오는 비극, 또 외로움 등. 관객이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연극 ‘레드’에서 화가 마크 로스코로 열연 중인 배우 한명구(사진=신시컴퍼니).


청주 소도시에서 자란 그는 원래 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다. “우습게 연극을 시작했다. 군인이 꿈이었던 터라 사관학교 시험을 치렀는데 떨어졌다. 당시 재수를 하면 군대를 가야 했는데 갑자기 교회 성극에 출연했을 때 목소리가 좋다는 선배의 칭찬이 떠올랐다. 무작정 연극학교 문을 두드렸다. 신세계더라. 연극은 곧 내 삶이 됐다.”

TV 드라마 출연은 40대에 영화 이후 두 번째 외도다. “이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배우는 선택되는 입장이다. 운명처럼 나를 찾아온 인물을 잘 전달하는 게 좋은 배우가 아닌가.”

‘레드’서 화가로 나서는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색깔이 궁금했다. 즉각 답이 돌아왔다. “빨강이지 싶다. 하지만 생명력을 상징하는 로스코의 레드와는 다르다. 나는 격정이다. 열정과 격정의 상징이 빨강 아닌가. 바로 지금의 내 색깔이 아닌가 싶다.

연극 ‘레드’에서 화가 마크 로스코로 열연 중인 배우 한명구(오른쪽)(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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