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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up 보험]죄의식 없는 연성보험사기 만연…사회 좀먹어

  • 등록 2016-06-01 오전 6:00:00

    수정 2016-06-01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기초생활수급자 김 씨(52)는 1개월 동안 입원 1일당 최고 73만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9개 보험회사에 가입했다. 이후 질병 등의 정도를 과장하거나 허위통증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장기 입원이 가능한 12개 병원에 952일간 입원해 보험회사로부터 3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김씨는 억대의 보험금 등을 타인 명의 계좌로 받으면서 재산이 없고 병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것처럼 가장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후 570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부당하게 수령했다. 금융감독원은 김씨의 보험사기를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고 씨(48·여)는 지난 1월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며 60일을 입원해 보험료 1200만 원을 받았다. 이전에 운전자보험 6건 등 12건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자전거를 아예 탈 줄 모르는 고 씨는 보험금을 타내려 자전거 사고를 위장했고 지역 요양병원에서 뇌진탕을 진단받아 27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 다시 33일간 입원해 입원 일당을 챙겼다. 고씨가 이러한 수법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타낸 보험료만 4800만원에 달한다.

“일상생활 중 다쳤다”며 보험금을 청구해 가로채는 등 죄의식 없는 연성 보험사기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좀먹고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유형별 보험사기 현황을 보더라도 자살·살인 등 고의 사고 비율은 14.9%으로 2014년 18.1%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나이롱환자·음주 및 무면허 운전· 사고내용조작 등 허위·과다 사고 비율은 75.8%로 전년(70.4%)보다 5.4% 늘었다.

연성보험사기는 실제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진다. 한해 우리 사회가 보험범죄에 쏟아붓는 사회적 비용은 약 5조원일 것으로 금감원 추산한다. 사회적 비용을 줄여 사회안전망 강화와 복지예산으로 돌려도 우리 사회가 한층 건강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험사기로 국민 1명당 10만원 손실

금융당국이 추정한 우체국을 비롯해 민영보험을 이용한 보험범죄에 따른 국민 1인당 추정 손실금은 지난 해 기준 약 10만원에 이른다.

실제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2010년 3747억원 △2011년 4237억원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2014년 5997억원 △2015년 6549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적발금액은 보험사기 적발금액 집계 후 최대치였다.

상황이 악화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기를 민생침해 5대 악(惡)으로 규정해 민생 보호를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올해 초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계약은 우연한 사고를 전제하는 사행계약의 성격이 있어 보험사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최근 보험사기 연루자가 늘고 있고 수법도 존속살해 등 중범죄와 연계하고 있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보험사기 급증은 보험사 경영을 악화시키고 결국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준다”며 “보험사기를 별도의 범죄로 구분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외국 사례를 참조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돈 벌 수 있다”…연성사기가 더 문제

강력범죄도 문제지만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연성 사기’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보험범죄라 하면 대개 보험금을 노린 살인, 방화와 같은 강력범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보험범죄 가운데 대부분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연성 사기”라며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과장, 수리비 과다청구, 기왕증을 보험사고로 위장하는 행위, 장기입원 등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벌이는 이런 일들이 사회를 좀먹고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결국 보험사기의 부담은 선량한 보험가입자에 전가된다”며 “보험사기가 사회적 피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국민의 경각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차원의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상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은 “보험사기가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 또한 문제”라며 “지난해 보험사기 때문에 4인 가족 기준 20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나이롱환자인 허위입원만 보더라도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결과 사기적발 금액만 996억원으로 전년 735억원보다 2.62% 증가했다.

송 실장은 “여기에 병원 관계자, 보험설계사, 정비업자 등 전문가가 주도해 사기를 저지르면서 전문가 집단이 이윤을 목적으로 보험사기에 관여했거나 주도했다는 측면에서 충격적”이라며 “채팅이나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사기를 공모하는 등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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