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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23·서강대 2년)씨는 “이미 취업 서류 사진 찍고 여기저기 지원서를 넣고 있는 여자 동기들을 보면 마음이 급하다”며 “부산에 계신 부모님은 서운해 하시겠지만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 문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0일을 전후로 대학들이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고단한 청춘’들의 팍팍한 삶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방학 중 농촌봉사활동(농활)이나 배낭여행 등 낭만을 즐기는 청춘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취업난과 심리적 불안감 속에 방학은 무한 생존경쟁의 연장선일 뿐이다.
‘낭만’ 은 옛말…방학에도 무한 생존경쟁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청춘들의 고된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름방학을 맞아 무엇을 해야 할까요’란 질문에는 취업과 각종 시험 준비 등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취업준비와 자격증 준비, 면접 준비, 인턴 경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방학 중에 고시공부를 준비하려 한다’는 내용들이다.
김씨는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 때라야 외국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공서 ‘알바’ 경쟁률은 수십 대 일..고단한 현실에 체념
천정없이 오르는 등록금과 생활비로 아르바이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숭실대 4학년 박모(27)씨는 “학기 중에는 주 3일 정도 야간에 스크린 골프장에서 일했는데 방학 기간엔 주 5일로 늘리고 출근시간도 당겼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고 각종 수당도 지급되는 관공서 업무보조는 가장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무원 사회를 엿볼 수 있는기회여서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마감된 여름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 480명 선발에 1만 1759명이 몰리면서 2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낭만을 잃은 청년들은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체념한다. 신씨는 “나만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게 아니니 서글프진 않다”면서도 “이것저것 많은 걸 경험하고 부딪쳐야 할 신입생들조차 도서관에만 박혀 공부만 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도저히 공부에 집중이 안 돼 영어 단어장을 펴놓고 멍하게 앉아 있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라도 해야 죄책감이 조금 덜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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