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업무영역 놓고...하영구 VS 황영기 또 '으르렁'

은행협 VS 금투협 장외설전
신탁업법 독립·법인 지급결제 이어
하 "선별적 전업주의보다는
업권 경쟁하는 겸업주의로 가야"
황 "경계 사라지면 원시사회 회귀
증권업 불공평한 규제 바로잡아야"
  • 등록 2017-02-21 오전 6:00:00

    수정 2017-02-21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법인 지급결제, 신탁업 허용범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 등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간 영역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대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축구하면서 손을 쓰겠다는 논리”라고 맞받아치면서 양 업권 간 관할 업무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 간 설전으로 번진 것이다.

금융업의 영업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금융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영역 다툼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 회장은 이같은 논란을 없애려면 모든 업권이 다 같이 경쟁할 수 있도록 겸업주의를 통해 ‘종합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권 간 경계가 사라지면 원시사회로 돌아간다는 황 회장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냐 각기 다른 운동장이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업주의의 기본 방향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라는 것”이라며 “증권사에 대해 지급결제나 환전업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해야 하는 팀이 축구도 하겠다면서 손을 잘 쓰니 축구할 때 손을 쓰겠다고 하는 논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일 황영기 금투협회장이 증권업에 대해 공평하지 못한 규제를 지적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데에 따른 응수다. 그는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은행권 등 다른 업권에 대한 신탁업 허용범위 확대 반대, 부동산펀드신탁에서의 다른 업권과의 불평등 해소, 파생상품시장 각종 규제 철폐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 회장은 황 회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증권사의 법인결제 제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나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가입한 곳이 없다”며 “기업자본에 대해 지급결제를 허용해주면 증권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리스크를 안게 되고 결국 은산분리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25곳은 지난 2009년 4월 금융결제원에 참가금 3375억원을 내고 지급결제망에 참여했지만, 개인에 대한 지급결제만 허용되고 법인결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 회장은 이어 “최근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보면 이에 대한 위험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지급결제를 허용해주면 역풍이 우려된다”며 “또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금융결제원 이사회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당국에 허용해달라고 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고 날 선 주장을 펼쳤다.

초대형 IB 육성·신탁업에서도 엇갈린 의견

상반기에 시행되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대해서도 엇갈린 의견을 냈다. 황 회장은 “초대형 IB의 여러 가지 업무 영역을 확대한다든지 중소형, 중기특화 증권사들에 IB업무를 좀 더 확대할 수 있도록 할 일이 많다”며 “장외파생상품 규제 완화, 초대형 IB 발행 발행어음을 퇴직연금에 포함하는 문제 등 대략 100가지 정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초대형 IB 육성안이 시행되지만 아직 더 풀어줘야 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반면 하 회장은 당초 목적이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증권사가 대형화되면서 대출 기능이 늘어나고 자금조달이 증가하면서 해외 IB와 경쟁하지 못하면 국내은행과 경쟁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업에 대해서도 하 회장은 은행권 등 다른 업계가 신탁업을 통해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황 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 회장은 “종합계좌투자(IMA)는 과거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과 동일한 상품”이라며 “신탁업이라고 해도 은행은 지점이 많고 영업력도 많아서 같은 업무를 허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한 것 같은데 효율성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한 것을 정책당국에 책임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위기의식에 영역 다툼 심화…겸업주의 해결책 될까

이처럼 업권이 영역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금융권의 영업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는데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 회장 역시 업권별로 자본수익률 면에서 은행과 증권, 생명보험사는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금융권 전체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하 회장은 겸업주의를 주장했다. 그는 “전업주의가 아니라 겸업주의를 통해 다 같이 놀 수 있는 종합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래야 규모의 경제를 살리고 업무 범위도 넓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사냥꾼은 사냥을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를 해서 쌀과 꿩을 거래하는 교역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업권 간 경계가 사라져 버리면 다시 원시사회로 회귀하게 된다”고 말해 겸업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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