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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기생 성폭력]② '왜 거부하지 않았냐' 묻는다면 당신도 이미 가해자

커지는 미투 2차 피해 우려
생명 위협 감수하고 사회에 고발
미투는 '생존자'들의 연대인 셈
"트라우마가 치료로 이어지도록
지지·배려하는 분위기 조성을"
  • 등록 2018-03-07 오전 5:31:00

    수정 2018-03-07 오전 7:39:09

여성단체 회원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김지은은 살아야 한다.

‘미투(Me Too)운동’으로 피해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투 과정에서 실명, 얼굴까지 공개하다 보니 그로 인한 불이익이 우려되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지은 정무비서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는 공감도 이어지고 있다.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신체적 학대와 정신적 학대를 동시에 경험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피해자가 받아들이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서 제각각이지만 경우의 따라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여성 관련 단체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 일컫는다.

미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운동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 간 공감을 통해서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래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2017년 10월 불거진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태에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 “생존자들 당시 기억 떠올리는 것도 고통”

전문가들은 미투를 통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점에 주목, 미투가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동청소년상담센터맑음의 차미숙 상담연구원은 “트라우마를 치료할 때 피해자가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게 하는 게 있다”며 “피해자들에게는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피해나 충격의 정도가 클수록 당시를 들여다보고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위로 여긴다. 그는 “피해자를 지지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게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투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지나 연대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노선이 활동가는 “지금까지는 피해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어서 트라우마를 키워온 측면이 있다”고 얘기했다. 성폭력은 수치심을 일으키는 주변과 사회의 편견이 치료를 방해한다. ‘왜 그런 옷을 입었냐’ ‘왜 밀폐된 장소에 따라갔냐’ ‘왜 더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냐’ 등 가해자의 행위를 피해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시선이 그렇다. 특히 권력을 동반한 성폭력은 사회적 약자에게 입을 다물게 하고, 행여 말을 하면 ‘트러블메이커’로 낙인찍고 사회적으로 도태시키는 등 2차 가해로 침묵을 강요해왔다. 노 활동가는 “피해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받고, 그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피해 생존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도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 실명 강요 공개, 마녀사냥 매도 멈춰야

미투가 성폭력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이 되려면 무엇보다 미투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과 위협 속에 살아왔는지 짐작조차 못 하면서 ‘왜 이제야 얘기하느냐’고 질책하거나 ‘익명의 미투는 미투가 아니다’며 실명 공개를 강요하고, 미투에 ‘마녀사냥’으로 몰아세운다.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지금까지 피해 사례를 보면 미투는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또는 잘못된 권력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나선 것이다”며 “이를 감정적인 비난의 소용돌이로 만들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노 활동가는 “피해 생존자들이 진작에 말하지 못한 건 그동안의 사회적 시선이나 평가들이 말할 수 없도록 영향을 줬다는 반증일 것”이라며 “언론의 보도도 신중해야 한다. 미투의 본질적인 측면보다 가해자의 행위 또는 피해자의 반응에 초점이 맞춰진 보도는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고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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