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막힌 기업들 '흥행 행진' 회사채 시장으로 눈 돌려

호텔롯데 공모채 1100억 수요 예측에
8600억원 몰려 발행금액 늘려
바디프랜드도 사모채 500억 추진
"회사채로 급한 자금 먼저 조달 후
증시 상장 시기 다시 조율 나설듯"
  • 등록 2019-06-19 오전 6:00:00

    수정 2019-06-19 오전 6:51:13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막힌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당장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로 융통하고 차후 시장 분위기를 봐서 IPO 시점을 조율해 다시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바디프랜드 사모채 발행 추진…호텔롯데·이랜드리테일도 가세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사모 형식으로 총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으로 구체적인 발행조건을 논의하는 중이다.

이랜드리테일도 오는 8월 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 13일 11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 8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이에 호텔롯데는 발행금액을 20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회계 이슈에 발목이 잡히며 상장을 연기한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1월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5월 미래에셋대우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대표이사 형사입건과 탈세 의혹 등으로 상장 예비심사 결론이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심사 미승인`의 결과를 받았고,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바디프랜드는 시총 2조원의 IPO시장 대어(大魚)로 꼽히며 업계의 기대를 모았고 공모금액은 4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상장이 무산되면서 대체 자금 조달에 나섰다. 회사는 앞서 안마기 의자 리스료를 담보로 800억원 규모의 한도 대출을 받은 데 이어 500억원 규모 사모채 발행에도 나서는 것이다. 안마의자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 바디프랜드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BBB+(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다만 연구개발(R&D) 및 제품군 확장, 판매·유통 인프라 확충, 유럽시장 진출 추진 등에 따른 지속적인 투자부담이 내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주사 전환과 함께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약속했던 호텔롯데 상장은 검찰 수사, 면세점사업 실적 악화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이어지면서 차입구조 장기화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는 오는 7월 2000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 3월말 기준 리스부채를 포함해 7조6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회사채 시장 유례없는 호황

올해 회사채 시장은 연초부터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4월까지 IPO 누적 건수는 16건으로 지난해보다 1건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회사채 발행은 168건으로 24건 늘었다. 조달금액도 18조32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2.5%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풀린 유동성, 수급이 크레딧물 강세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급의 힘으로 발행금리가 낮아지면서 `AA`급의 우량 회사채뿐만 아니라 `BBB`급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서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넥센타이어·포스코기술투자는 5년 만에 공모채 발행을 재개했고, 대우건설도 6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다. 계열사 자금지원에 허덕이던 이랜드리테일도 5년 만에 공모채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지간한 펀더멘털만 갖춘 회사들이라도 회사채 시장에 나오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동일 신용등급 대비 금리 매력만 있으면 흥행에 성공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은 수급적인 측면이 뒷받침되면서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신용스프레드는 지속 축소될 것”이라며 “등급이 낮은 기업들도 리테일 수요가 강해서 충분히 오버부킹을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상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지연된 상황”이라며 “IPO 시장은 대외 변수에 따라 분위기가 출렁이는 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급한 자금을 먼저 조달하고 상장 시기를 조율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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