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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범법을 놓고 금융당국의 ‘경미성(輕微性)’ 인정 여부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대주주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주주 심사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잠시 중단했던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재개했다. 카카오의 개인 최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인터넷특례법상 대주주 결격사유의 하나인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그를 포함해 심사하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었는데 지난 24일 법제처가 김 의장은 심사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카카오는 작년 합병한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1억원의 벌금형 받아 법률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특례법에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으면 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가 경미하다고 판단하면 예외적으로 대주주가 될 수 있다. 당국이 카카오M의 벌금형이 가볍다고 보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심사를 통과할 있다는 얘기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카카오가 인수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고 과거 대주주가 친 사고이니만큼 현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M 벌금형의 경미성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투지주 입장에서는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현재 금융지주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계열사가 아닌 회사는 5% 미만만 소유해야 한다. 카카오가 콜옵션을 행사한 뒤에는 한투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의 대부분을 다른 곳에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애초에는 이 지분을 최대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는 구도를 구상했으나 한투증권은 지난 2017년 국민주택채권 판매과정에서 담합 해 50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아 원칙적으로 이후 5년간 한도 초과 주주가 될 수 없다. 물론 금융당국이 경미성을 인정한다면 한투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한투지주 관계자는 “지주가 보유한 지분을 넘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는 경미성에서 멀어진 경우다. KT는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담합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다시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KT의 케이뱅크 한도초과보유승인 심사를 중단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심사중단에는 KT의 법 위반이 위중하다는 (당국의) 판단이 깔려 있다”며 “무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적격성 심사 재개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금융산업과 IT 융합이 인터넷은행인데 IT산업은 태생적으로 독·과점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IT기업의 참여를 통해 금융혁신을 추구하려는 특례법 취지를 고려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잣대에서 공정거래법 등은 빼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