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 이후 두 달 만에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도달하는 등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는 계속 증가할 걸로 보인다.
금융기관 차입 연장 순탄치 않아
|
이는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019년 유·무상증자 총괄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의 유상증자 건수는 총 478건이고 금액은 12조302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유상증자의 87% 가량이 올들어 다섯달 동안 이뤄진 것이다.
5월 들어서만 유상증자 결의 공시를 낸 코스피, 코스닥 기업은 총 49곳이고 총액은 약 2조3923억원이다. 총액 대비 지난 한 해 유상증자의 약 19.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집계된 유상증자 규모가 지난해 전체의 약 5분의 1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달에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기업 중 공모방식을 택한 곳은 약 1조원 규모로 진행한다고 밝힌 대한항공(003490)을 포함해 총 10곳이다. 이들의 총 유상증자 규모는 1조7830억원으로 5월 유상증자 규모의 74.5%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신주우선권이 있는 기존 주주들이 먼저 청약 여부를 결정한 뒤, 남은 주식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모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공모방식은 일반적으로 제 3자배정 유상증자에 비해 악재로 여겨진다. 통상 3자배정 유상증자가 기업가치를 알아본 기관 등이 대규모 자금을 대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비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증시 상승탄력도 유상증자 好조건
올해 들어 유상증자가 크게 증가하고 주주배정 공모방식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5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10곳 중 총 6곳은 채무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회사채 등을 차환 발행하거나 금융기관 차입을 연장하는 게 순탄치 않은 등으로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한항공을 포함해 CJ CGV(079160)(2502억원), 제주항공(089590)(1700억원), 엘브이엠씨홀딩스(900140)(1100억원), 진원생명과학(011000)(765억원), 명문제약(017180)(249억원) 등이 채무상환자금 마련의 목적이 있음을 공시했다. 이중 엘브이엠씨홀딩스와 진원생명과학, 명문제약은 시설자금 확충 등에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는 주식이 늘어나 주당가치가 떨어져 통상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주항공과 대한항공 등 항공업체의 유상증자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이로 인한 주가하락은 일시적이거나 작았다”며 “‘캐시 번(자금고갈·Cash Burn)’이 발생한 상황에서 다른 항공업체 등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