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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지원 정책에서 소외받는 취준생

청년 주거 빈곤율 증가... 정책 지원은 '신혼부부', '취업자' 중심
월세·보증금 감당 여력 부족해 '주거 빈곤 계층' 전락
취준생·대학생...주택공급, 보증금 대출 지원 받기 어려워
경제적 독립 어려운 청년들...늘어가는 '캥거루족'
전문가 "청년단독가구 비중 늘고 있어 지원 대상 확대 필요"
  • 등록 2020-09-28 오전 12:05:53

    수정 2020-09-28 오전 12:05:53

(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취준생) 김모(29)씨는 원룸 보증금을 마련키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대출을 받았다. 월세와 취업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빠듯하기만 하다. 김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거관련 지원을 받는 것은 없다"며 "취준생이라서 1금융권에서는 대출 자체가 안 된다”고 푸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주거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며 "더 저렴한 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 1인 가구 수와 빈곤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청년주거 정책 대상이 취업자와 신혼부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취준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준생이나 대학생들을 위한 주거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 1인 가구 빈곤율 증가...청년 1인가구 20%는 '빈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20대 초반(20~24세)과 20대 후반(25~29세)의 1인 가구 비중은 각각 84%(40만8122가구)와 68%(64만8884가구)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대비 각각 13%포인트,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청년 1인 가구 증가세와 더불어 최저주거기준(주택면적·방 개수 등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 주거 조건)에 미달하는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의 ‘청년 빈곤 해소를 위한 맞춤형 주거지원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청년단독가구 빈곤율은 16.7%에서 2015년 19.5%로 증가했다. ‘청년 부부와 자녀 가구’는 지난 2006년 6.2%에서 2015년 3.1%로 하락했으며,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청년 가구’의 경우 지난 2006년 6.9%에서 2015년 4.3%로 빈곤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사연은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20%를 넘으면 ‘임대료 과부담’으로 보는데 1인 청년 가구 중 47%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RIR이 30%를 넘을 경우는 ‘주거 빈곤층’으로 간주하는 데 1인 청년 가구의 약 20%가 RIR 30%를 초과해 ‘주거 빈곤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 1인 가구가 미취업 상태이거나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일자리를 통해 살고 있다면 월세나 보증금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혼부부·취준생 중심의 청년주거지원 정책

하지만 현재 청년 주거를 지원하는 정책의 대상자는 부모에게서 독립한 청년보다는 주로 새롭게 가구를 형성한 ‘신혼부부’나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 중심이다보니 ‘취준생’과 ‘대학생’들의 주거 독립에 어려움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7월 발행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중앙부처에서 시행하는 청년 주거 지원 사업은 총 13개다. 청년대상 주거 지원 예산은 지난 2017년 2조6000억원에서 올해 12조80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증액됐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종합계획’의 청년 주거 지원은 '주택공급', '간접적 주거비 지원', '노후 주거 환경 개선'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청년을 위한 공공주택 21만호 공급과 주거급여를 수급하는 저소득층 청년이 부모와 따로 거주할 경우 분리 지급하는 방안(오는 11월 사전신청) 외에는 대부분의 주거비 지원이 보증금 대출을 통한 간접적 금융지원에 해당하고 있어 신용을 보증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주거 지원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에 대부분의 대출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의 한계로 지적된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월세 대출의 경우 담보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취준생이나 대학생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적다"며 "청년을 지원하는 주거 대출의 90% 이상이 중소기업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을 위한 주거 지원으로는 보증금 대출과 주택공급이 있다"면서도 "취업을 했거나 신혼부부의 주택마련이 아니라면 청년 1인 가구가 분양을 받기 어렵다. 담보나 신용 보증이 필요한 대출 방식도 1인 청년 가구에는 해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주거 독립 어려운 청년들...증가하는 '캥거루족'

주거 독립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보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년째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며 기간제 공공근로 일을 하는 어모(30)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도 어려운데 아무 지원 없이 월세나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학생과 취준생에게도 해당하는 주거 지원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406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한 결과 ‘스스로를 캥거루 족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32.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모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거나 지원받는 부분은 '주거(70.9%)'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캥거루족’이 증가하는 양상을 띠었다. 60세 이상 고령자 중 자녀가 독립생활이 불가능해 같이 산다는 응답이 지난 2009년 24.8%에서 2019년 31.6%로 증가했다. 청년들이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이 흔히 ‘지옥고’라고 해서 반지하 방, 옥탑방, 고시원 등에 많이 거주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고시원만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지원을 위해서 지원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올해 시행하고 있는 전·월세 지원은 담보나 신용 보증을 요구하는 형태의 대출 방식이 아니라 전·월세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라며 "청년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 1인 가구는 주로 빈곤층도 많고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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