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M&A 시장 대세…'케파'에서 ‘아카이브’로 옮겨왔다

M&A 시장 대세…부지 아닌 데이터 이동
아카이브(누적 데이터) 기반 매물 대세로
누적 콘텐츠나 데이터에 후한 가치평가
신사업 전개는 물론 밸류업도 용이 평가
"기업 중장기 전략 빼놓을 수 없는 요소"
  • 등록 2021-05-03 오전 7:15:35

    수정 2021-05-03 오전 8:31:0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장사꾼들은 보이는 걸 팔고 사업가들은 보이지 않는 데 투자를 해”

지난 2015년 8월에 개봉해 1300만명 관객을 모은 영화 ‘베테랑’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영화 개봉 6년이 지난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을 보면 영화 베테랑의 대사가 고스란히 재현되는 모습이다.

과거 M&A 시장에서 사랑받던 매물들은 국내외 공장이나 부동산, 조선소 등 막대한 ‘케파’(생산능력)를 갖춘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M&A 시장의 대세가 이른바 ‘아카이브’(누적 데이터) 기반 매물로 넘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유형 자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누적 콘텐츠나 데이터에 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M&A 시장 대세…부동산 아닌 누적 데이터

이러한 흐름은 올해부터 본격화된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1위 채용 플랫폼인 잡코리아가 9000억원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어피너티에 잡코리아를 매각한 H&Q는 미국 몬스터월드와이드로부터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잡코리아 지분 전량을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투자 규모는 총 2050억원 수준. 이번 매각으로 H&Q는 산술적으로 최대 4.5배 가까운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가시적인 측면에서 잡코리아를 보면 9000억원이라는 매각 금액이 갸우뚱할 수도 있다. 잡코리아는 임직원 수 300명 남짓에 대형 빌딩(사옥)이나 공장도 없다. 케파로 분류할 수 있는 마땅한 지표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주목한 점은 아카이브에 대한 잠재력이다. 잡코리아는 온라인 채용정보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한 업계 1위 사업자다. 개인회원 2700만명(기업회원 450만곳)에 업계 최초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4000만명을 돌파했다.

잡코리아가 소유한 ‘알바몬’으로 범위를 넓히면 잠재력이 더 강해진다. 파트타임 채용 플랫폼에서 알바몬의 시장점유율(MS)이 60%에 육박하며 잡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을 웃돌고 있다.

어피너티는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잡코리아가 구축한 취업·구직 관련 빅데이터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취업자들의 정보나 관련 산업군에 대한 핵심 자료만으로도 인수 의지를 충족시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아카이브가 밸류업 핵심…PEF들도 예의주시

잡코리아 이후 아카이브가 강점인 매물에 대한 시장의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8일 여성의류 플랫폼인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 10월 설립한 W컨셉은 여성 패션 전문 플랫폼으로 회원 수가 약 5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도 이달 초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하며 맞불을 놓은 모습이다. 2015년 출시한 ‘지그재그’는 동대문 등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 개인화 추천과 검색, 통합 결제를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올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며 차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으로 꼽히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수백만 가입자를 보유한 고객 아카이브가 인수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월 7200만명 사용자를 보유한 네이버웹툰,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수천만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며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M&A 시장에 나온 웹 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등록 작가 수만 약 4만7000명으로 지난해 기준 국내 웹소설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점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만 3000억원에 육박하며 5년 새 기업가치가 6배 가까이 뛰었다.

이들 기업에 보이는 관심의 이면에는 각 사업군에서 쌓은 고객 데이터로 향후 신사업 전개가 용이하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실제로 PEF 업계에서도 아카이브가 견고한 사업자의 밸류업이 훨씬 더 잠재력 있다 판단하고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나 지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익숙해진 최근 소비 경향에 고객이나 콘텐츠 아카이브는 향후 기업 중장기 전략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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