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보면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에 나올 법한 얘기지만 이는 서울시가 얼마전부터 시작한 제로페이 광고에 등장하는 공무원의 멘트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본 이 광고에서 받는 첫인상은 신선함이었다.
제로페이에 대한 자아비판 같은 이 광고는 무조건 소상공인을 살려야한다느니, 절차가 불편함에도 `할머니도 손쉽게 사용한다`는 억지스러운 내용의 이전 광고와는 확실히 차별점이 있었다. 광고이긴 하지만 실명을 공개하고 모델로 나서 고개를 숙인 공무원의 모습이 딱하기도 했다.
사과로 시작한 광고는 달라진 제로페이 홍보로 이어진다. 편의점과 60개 프렌차이즈에서 사용이 가능한 쓸 데 많은 제로페이를 강조하고 있다. 결제창을 열고 소비자가 직접 QR코드를 스캔하는 불편함도 이제는 신용카드처럼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기에서 `삑`하며 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제로페이 출시 때부터 도입하겠다고 했던 것이 이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로페이가 달라졌다기 보다는 이제야 준비가 됐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제로페이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사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이 제로페이를 잘 모른다. 많은 가맹점이 제로페이를 취급하게 됐지만 점주나 종업원도 여전히 제로페이가 낯설다. 가맹점이 늘었지만 사용실적은 아직도 극히 미미한 이유다. 이제는 제로페이를 제대로 알리고 소비자 선택을 받을 때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제로페이 밀어주기에 대한 비판에 “신용카드 정착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했듯 제로페이도 어느 정도 결제망을 갖출때까지는 서울시나 정부가 나서는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간편결제사업자들이 만든 시장에 숟가락을 얹은 제로페이에 합당한 해명은 아니다. 이러한 밀어주기는 제로페이에 관치페이라는 부정적 인식만 더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