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조세저항]‘재산세 폭탄’에…집주인 “임대료 올릴 수밖에”

공시가보다 더 뛴 서울 아파트 재산세
공시가 14% 오르니 재산세는 17% ↑
강남3구 등 세부담 커진 주민 반발
구청·지역구 의원실까지 항의 거세
  • 등록 2019-07-17 오전 4:00:00

    수정 2019-07-17 오전 8:16:44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아파트 공시가 열람 때도 민원이 폭주했는데, 재산세 고지되고 나서도 계속이에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합니다.”

서울 강남갑의 이종구 의원, 서초을의 박성중 의원 등 강남권 국회의원의 지역 사무실 직원들은 16일 이렇게 입을 모았다. 해당 구청은 물론, 지역구 의원실까지 재산세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항의하는 이들부터 이의신청 방법을 묻는 이들까지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0일부터 올해분 재산세 고지서를 발부하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세금 부담이 커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연말께 종합부동산세까지 부과되면 조세저항이 한층 격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은 임차인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서울 주택 공시가 상승률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재산세 과·오납 수두룩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6월1일 기준 공시(지)가 토대로 산정한 부동산(주택 2분의 1분·건물·선박·항공기) 등에 부과한 7월 재산세는 총4408건에 1조7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9월에는 나머지 주택 절반과 토지가 납부대상으로 3조2729억원가량 부과될 것이란 게 서울시 추산이다. 올해 부과되는 재산세가 총 5조715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재산세는 재산세(본세) 외에도 재산세도시지역분,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등이 함께 부과된다. 이 중 재산세(본세)와 도시지역분(도로 개설유지, 상하수도 등 도시계획 사업 충당비용)만 더한 2조8739억원은 당초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 2조6151억원보다 2600억원 정도 많다.

특히 강남3구인 서초구(13.3%), 강남구(13.1%), 송파구(18.4%)는 재산세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세부담 증가는 지난 4월 공시가 개별열람이 이뤄지자마자 예고된 결과이기도 하다. 서초구(16.02%), 강남구(15.92%), 송파구(14.01%) 등 공시가가 폭등한 주민들이 재산세 부과 전 미리 이의신청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들은 일단 재산세가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공시가가 많이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만해도 크게 체감하지 못한 주민들이 재산세 고지서를 받자마자 작년보다 수십만원 오른 금액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마포구 한 주민은 “작년엔 얼마나 올랐는지 신경도 안쓰고 고지서 나온 대로 냈는데, 올해는 공시가 이슈가 워낙 커서 혹시나 하고 들여다 봤더니 2년새 40% 올랐더라”며 “지금 시세는 떨어졌는데, 작년에 잠깐 집값이 올랐었다고 세금을 이렇게 많이 부과하는 건 다소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주민은 “그나마 우리 아파트는 공시가 인상 때 입주자대표회의 통해 인상폭 줄여달라고 이의제기했으니 망정이지, 민원 제기 안한 단지들은 재산세가 우리보다 더 많이 올랐다”며 “공시가나 재산세 인상 기준이 민원을 넣느냐 안넣느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재산세가 잘못 부과된 곳도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포털 카페 등 커뮤니티엔 감면 혜택이 누락된 임대사업자들의 문의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한 카페엔 “아내 단독명의인 60㎡ 이하 한 채와 부부 공동명의의 85㎡ 이하 한 채를 임대 냈는데, 두 채를 가진 아내의 재산세가 감면이 안돼 나왔다”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회원도 “강동구, 송파구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재산세 감면이 적용돼 있지 않더라”며 “구가 다른 경우에 파악이 안되는 것 같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稅부담 연쇄 인상…“대응책 없는 사면초가 상태”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재산세 고지에 놀란 이들의 더 큰 걱정은 연말 날아올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다. 공시가 인상 및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승 등에 따른 ‘나비효과’로 줄줄이 세부담이 커지리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잠실 리센츠에 거주하는 C 씨는 “재산세가 작년보다 60만원 올라도 나는 봉급생활자라 견딜 수 있지만 주변 노인들은 공시지가가 오르니 재산세랑 종합부동산세에 보험료도 같이 올라가고, 노인연금 수령액은 떨어질 것이라 걱정들 한다”고 했다.

임대사업자들의 늘어난 세부담이 애먼 세입자들에게 떠넘어갈 가능성도 감지된다. 영등포구에서 300여실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하는 I 씨는 “재산세가 4000만~5000만원 나왔는데 정부에 반기 든다고 깎아줄 성 싶지도 않다. 내라는 대로 낼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우리한테 세금을 올리면 우린 전세값 1000만원씩 올리는 수밖에 없다. 영등포는 임대료 인상의 여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산세와 종부세 인상은 공시가 인상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지만,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그렇다고 역전세난 얘기까지 나오는 때에 임대료를 올리는 건 일부 핫 플레이스에서만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보유세가 높아 집을 팔 수도 없어 타개책 없는 사면초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택분에 대한 재산세는 7월과 9월 각각 50%씩 나눠 고지된다. 20만원 이하인 경우 7월 한 번에 나온다. 재산세가 과오납 됐을 경우 고지서 수령 후 90일 이내에 해당 구청에 이의신청하면 된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심판청구나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재산세 납부는 금액이 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2개월 이내로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분할납부 신청은 구청 세무과에 방문 접수하거나 지방세 포털사이트 위택스에서 신고한 뒤에 분납고지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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