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쇠락하는 신자유주의 도시'가 되는가

정의로운 도시
마이클 소킨|504쪽|북스힐
  • 등록 2019-11-27 오전 4:04:00

    수정 2019-11-27 오전 4:04: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마천루가 즐비한 미국 뉴욕은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경험해보길 바라는 도시 중 하나다. 17세기 초 네덜란드 사람들이 맨해튼 섬을 원주민들로부터 24달러에 사들여 ‘뉴암스테르담’이란 이름을 붙인 것을 계기로 미국의 중심에 선 뉴욕은 이제 명실상부 세계를 대표하는 대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스타 건축가들이 세운 화려한 빌딩으로 번쩍이는 스카이라인은 뉴욕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이토록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의 이면을 바라보면 조금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발전을 누려야 할 동네와 거리는 점점 분열돼 삶의 터전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저명한 건축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뉴욕에서 ‘쇠락하는 신자유주의 도시에 대한 질문’을 목격한다. 그 질문은 뉴욕이란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에서 출발해 건축은 어떻게 도시를 정의롭게 만드는지로 이어진다.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두 명의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와 빌 디블라시오를 소환한다. 이들의 ‘비인간적인 정권’이 어떻게 뉴욕을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로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버렸는지,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켰는지를 살펴본다. ‘그라운드 제로’가 그 대표적인 예. 9·11 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마련했던 이 공간은 이들 시장 아래서 개발업자의 손에 무심히 넘겨져 의미를 잃었다.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대도시 뉴욕만이 끌어안고 있는 과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 고층 건물을 신축하려는 개발업자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 건물 입주민들이 1100만달러(약 130억원)를 지불해 ‘공중권’을 사들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서울 한강 조망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한국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도시는 부자에게는 점점 더 거대하고 쾌적한 집으로, 빈자에게는 점점 더 쪼그라드는 임대 공간으로 변해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비인격적인 도시 개발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권리를 빼앗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민 스스로 주인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런 비정상에 대항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인격적 개발은 가속화하고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공정성과 다양성이란 도시의 비전을 가진 도시철학자의 역할이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평생을 건축가이자 건축비평가로 살아온 저자의 생각과 철학을 집약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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