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뿐인 아동 성착취물 `무관용 원칙`…n차 가해 손놓는 플랫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④
트위터 "아동 성착취물 시청은 2차 가해" 으름장에도
여전히 'OOO 영상'·'OOO 박사' 연관검색어에 올라
해외 플랫폼 유통 성착취물 30%만 자율 삭제 중
전문가 "이미 소비된 이후 삭제하는 건 의미 없어"
  • 등록 2020-04-03 오전 1:37:00

    수정 2020-04-03 오전 1:37: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트위터는 아동 성착취를 묘사하는 어떤 게시물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을 갖는다(정책에서 말하는 미성년자는 18세 미만을 의미한다).”

“아동 성착취 영상을 보거나 공유하는 행위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묘사된 아이에 대한 2차 가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는 운영 원칙에서 이 같이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트위터에서는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피해자로 알려진 미성년의 이름과 함께 ‘OOO 박사’, ‘OOO 영상’ 등 검색어가 자동완성된다.

트위터의 운영원칙. 트위터는 “아동에 대한 성착취 게시글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명시한다. (사진=트위터)


트위터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최근까지도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사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연관검색어를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적을 받아들인 구글이 부랴부랴 삭제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미지 검색에서는 피해자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이미지 검색에 노출되는 게시글은 텍스트 검색과 달리 신고하기 칸도 없다.

디지털성범죄정보 심의 및 시정요구 현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사진=이동훈 기자)
이렇듯 성착취 피해자를 향한 ‘n차 가해’가 버젓이 확산되는 이유는 해외 플랫폼에 성착취물 금지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트위터가 으름장을 놓듯 구글 역시도 성적 노출과 불법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은 자체 심의를 고집하고 있어 이런 n차 가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무관용 원칙이 무색할 정도다. 실제 지난 5년간 구글·트위터·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해외 플랫폼에 유통된 디지털 성범죄물 8만6000여건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규제 요청으로 삭제된 것은 약 32%(7000여건)에 불과하다.

부산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2일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아동 성 착취물 등을 판매한 20대 A씨를 청소년성보호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A씨의 메신저 대화내용.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텔레그램 성착취 2차 가해의 온상이 된 해외 플랫폼들은 그들 스스로 단호하게 명시한 ‘아동 성착취 무관용 원칙’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규정한 불법 게시물이 버젓이 있는데도 피해자의 고통은 외면한 채 신고가 들어오면 그제서야 삭제나 계정 정지 등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록을 삭제해 주는 신종 직업인 ‘디지털장의사’ 이덕영씨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온라인에 올라오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데, 이미 불법 영상이 소비된 이후에 삭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할 환경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발생한 공간이 본인들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알고리즘으로 성착취물을 걸러내기 어렵다면 연구비를 투자해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국제 공조도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온라인 공간의 서버가 해외에 있더라도 신속하게 수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독일·프랑스·미국 등 64개 나라가 가입한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인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협약 가입을 검토했으며 수사기관 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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