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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총선적중’ 엄경영 “文지지율 간과한 통합당 참패”

민주당 압승 전망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판 못 읽은 보수…역대급 투표율, 청년세대 野 심판"
'이젠 진보' 달라진 50대 정치성향…이념지형변화 주도
“국정운영 시험대 오른 여당…출구 안 보이는 통합당”
  • 등록 2020-04-20 오전 6:00:00

    수정 2020-04-20 오전 6:21:59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사진 = 조용석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김나경 인턴기자]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했습니다. 집권 4년 차에 이 정도 지지를 기록한 대통령은 사례가 없습니다. 야당이 들고나온 ‘정권심판론’이 전혀 먹힐 수가 없었죠.”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미래통합당의 완패를 예측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 약 175석, 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 약 105석을 예측했는데 실제 결과(민주당 180석, 통합당 103석)와 사실상 일치했다. 민주당 다소 우세를 점친 이는 많았으나 이 정도 압승을 공개적으로 예상한 이는 엄 소장이 유일하다.

“판 못 읽은 보수…역대급 투표율은 청년세대 野 심판”

엄 소장은 여당의 압승을 예상한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유지 △촛불 민심의 지속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한 보수 야당 등 3가지를 꼽았다. 또 코로나19, 통합당의 막말은 이미 여당우세가 굳어진 이후라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그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대게 정권심판론이 작용하나 이번 총선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민심이 지방선거에 이어 여전히 살아있고 문 대통령 지지율도 높다”며 “또 통합당은 이름만 바꿨지 전혀 국민으로부터 여당을 심판할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이 ‘정권견제론’이 아닌 ‘정권심판론’을 끌고 나온 자체가 치명적인 패착이 됐다는 게 엄 소장의 설명이다.

엄 소장은 21대 총선 투표율이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가장 높은 66.2%에 달한 것 역시 보수심판론이 작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2040 청년 세대는 진보를 심판할 때는 아예 투표를 안 한다. 젊은 층이 보수를 심판하기 위해 선거에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이 완승한 2018년 지방선거 청년세대 투표율(20대 52.0%, 30대 54.3%, 50대 58.6%)은 보수가 선전한 2014년 지방선거(20대 48.4%, 30대 47.5%, 40대 53.3%)보다 모두 높았다. 민주당이 승리한 20대 총선 역시 청년세대 투표율(20대 52.7%, 30대 50.5%, 40대 54.3%)이 보수가 압승한 19대 총선(20대 41.5%, 30대 45.5%, 40대 52.6%)보다 모두 높았다. 전체 투표율 역시 청년이 많이 참여한 선거가 모두 높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당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50대 정치성향 변화…이념지형 변화 이끌어


엄 소장이 여당 압승을 예상한 또 다른 이유는 보수로 분류됐던 50대의 변화다. 보수 지지층이었던 이들이 2014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엄 소장의 분석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보수(새누리당)가 선전한 2014년 6월 지방선거 직후(10~12일) 여론조사에서 50대의 56%는 새누리당, 23%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017년 5월 대선 전(1~2일) 50대 후보지지도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8%), 홍준표 한국당 후보(16%) 순이었다.

50대는 민주당이 압승한 2018년 6월 지방선거부터는 확실한 진보 지지층으로 자리매김한다. 지방선거 직전(5월23~24일) 50대의 47% 민주당, 17% 한국당, 6% 정의당, 5% 바른미래당을 지지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 직전인 4월 11~12일 조사에서 50대의 48%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통합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는 22%였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엄 소장은 “50대가 바로 민주당(진보)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려웠던지 (중도성향인) 국민의당을 거쳐 점차 민주당으로 쏠린다. 40대였던 민주화 운동권 세대가 50대가 되면서 50대의 성향도 변하고 있는데 통합당은 5060을 함께 묶어 전략을 짜는 실수를 했다”며 “50대의 변화는 진보가 늘어나고 보수가 적어지는 이념지형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사진 = 뉴시스)
◇“시험대 오른 여당…출구 안 보이는 통합당”


엄 소장은 범진보를 더해 190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봤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침체한다면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단 얘기다. 그는 “차기 대권후보를 두고 민주당 내부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며 호남출신에 친문(친문재인)도 아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대권후보가 되기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두관 의원 등이 친문의 지지를 업고 대권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모두 영남 출신이라 민주당의 뿌리 깊은 ‘영남 후보 필승론’에도 부합한다.

통합당은 완전한 쇄신을 통해 거듭나야 하지만 현재는 성찰·쇄신 모두 어렵다고 봤다. 예전 당내 소장파 역할을 했던 미래연대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같은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변화를 주도할 세력이 부재하다는 우려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80대 올드보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언급되는 상황 역시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엄 소장은 “통합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호응하는 중도정당이 나타나면 지역 정당으로 전락, 자민련처럼 소멸할 수도 있다”며 “진짜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다시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 소장은 1999~2008년 국회 보좌관, 2009~2011년 MB정권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이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 부소장(2012~2014년)에 이어 2014년 10월부터 시대정신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시대정신연구소는 윤여준 전 장관이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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