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실종 14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극단적 선택’(종합4보)

실종신고 뒤 14시간 만 10일 0시 숨진채 발견
종로구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현장 유서 없어
인권변호사 출신 최초 3선 시장…정치권에 충격
  • 등록 2020-07-10 오전 2:39:48

    수정 2020-07-10 오전 8:51:41

[이데일리 정병묵 박기주 공지유기자] 박원순(64) 서울시장이 실종된 지 14시간여 만에 서울 종로구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명륜3가 와룡공원 인근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 시장이 이날 0시 1분께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택 추정

현장에서는 유류품 가방, 물통 1개가 발견됐다. 소방청 소속 인명구조견이 먼저 박 시장의 유류품을 발견하고 그 근처에서 박 시장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9일 오후 5시 17분 박 시장의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7시간여 동안 수색을 진행했고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사망한 박 시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의 딸은 9일 오후 5시 17분께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선 경찰이 확인한 결과 박 시장의 휴대전화 번호 최종 기지국이 서울 성북구 관내로 확인돼 성북경찰서를 비롯해 종로서와 혜화서 등 인근 경찰서까지 투입돼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9시30분까지 1차 수색을 마친 뒤 오후 10시 30분부터 2인 1조로 재수색을 시작했다. 10일 오전 5시부터는 헬기를 투입해 수색할 예정이었다. 드론 수색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와룡공원과 국민대 입구, 북악산 팔각정, 곰의집을 잇는 지역의 안쪽을 중점적으로 수색했다.

최 과장은 “박 시장이 공관에서 택시로 와룡공원까지 이동한 뒤 공원에서 도보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 (박 시장의) 가방과 휴대폰, 소지품, 명함 등을 발견했다. (고인은) 박 시장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유서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박 시장의 시신은 현재 발견 장소 인근 병원에서 검시 중이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공소권 없음’ 불기소 처분 전망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의 전 비서는 지난 8일 경찰에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서는 2017년 이후 성추행을 당했고, 메신저를 통해 부적절한 사진을 여러 차례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은 이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박 시장 관련 고소장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 최초 3선 시장…정치권에 충격

박 시장의 죽음은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계, 정치권에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박 시장은 1980년대 학생운동 과정에서 투옥과 명문대 제적,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 등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을 3연임하며 범여권에서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새벽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와룡공원에서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13세 때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양되는 등 부유하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전국 최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서울 경기고를 졸업하고 1975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1학년도 채 마치지 못하고 제적 당했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명문 런던정치경제대학(LSE)에서 국제법을 공부한 박 시장은 한국에 돌아와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했다.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듯 힘든 시험에 합격한 뒤로도 순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된 후 1년 정도 일했지만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등을 맡아 인권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시민운동에 관심이 컸던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내고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부패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낙천 및 낙선운동을 이끌었다. 2001년에는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등 시민단체를 설립해 기부와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애썼다.

그러던 박 시장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됐다. 그 뒤로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4년에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2018년엔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각각 누르고 역대 처음으로 서울시장 3연임에 성공했다.

‘국정의 축소판’으로도 불리는 서울특별시정을 올해까지 10년간이나 경험하고 지난 415 총선에서는 일명 박원순계로 불리는 인사 10여명이 대거 국회로 입성하면서 당 안팎에서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민선 7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 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고 언급하며 대권을 향한 식지 않은 열망을 드러냈지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편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가 열릴 때까지 9개월간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궐위(闕位·직위가 빈 상태)가 된 경우 부시장 등이 권한을 대행한다. 박 시장의 민선 7기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로, 4년 임기의 절반인 약 2년이 남은 상태였다.

새 서울시장을 뽑는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에 열릴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는 4월 중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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