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확장재정 불가피…부채관리에 韓경제 미래 달렸다"

[신년 석학 인터뷰]
<1>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세계 경제 키워드는 '부채 지속가능성'
주식·부동산 자산 인플레 부작용 우려
美 금리 상승 조짐시 증시 충격 가능성
韓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무역 경쟁력
  • 등록 2021-01-01 오전 6:00:00

    수정 2021-01-01 오전 10:25:55

제프리 프랭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를 향해 “나는 아직도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은 무역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사진=하버드대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실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주식 등 자산시장은 활황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올해 세계 경제, 또 한국 경제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지금 대부분 국가에서 공공부채가 역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충격과 싸우기 위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결과인데요. 그건 충분히 적절했어요(fully appropriate). 그런데 각 나라의 경제 수준에 따라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지는 다를 겁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제프리 프랭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를 통해 올해 경제를 조망하며 줄곧 강조한 건 ‘부채’였다.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만큼 부채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부채의 지속가능성’이 올해 각국의 경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당장 미국부터 그렇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는 124.1%까지 급등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4분기(103.3%)와 비교해 무려 20.8%포인트 뛰었다.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기업부채는 79.7%로 사상 최고였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IIF가 신흥국 30개국을 대상으로 부채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정부부채와 기업부채는 GDP와 비교해 각각 104.1%, 60.3%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높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네 차례나 편성하며 경기 대응에 나섰다.

이렇게 지난해 선진국과 신흥국 가리지 않고 빚을 지며 풀었던, 또 올해 더 풀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유동성은 어떤 결과로 다가올까.

“급증한 신흥국 부채 , 지속가능하지 않다”

-현재 세계 각국의 부채 수준은 지속가능한가.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부채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한 것을 보고 있다. 그런데 각 나라마다 그 여파는 다르다. 미국부터 보자. 미국은 매우 오랜 기간 지속가능할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가진 독보적인 특권(exorbitant privilege) 때문이다. (달러화는 금과 더불어 각국이 준비통화로 보유하는 통화로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미국채의 가치는 매우 안정돼 있다.) 그 어떤 나라의 통화도 달러화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미국 외 다른 선진국들(other industrialized countries)의 경우 장기시장금리가 GDP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오래 유지되는 한(so long as the interest rate remains below the GDP growth rate) 부채는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금리가 낮아야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증가해도 원리금 상환 능력을 제한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기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아서) 금리가 꽤 오래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2013년 예견했던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와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다른 신흥국들의 부채는 어떤가.

△많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막대한 부채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채무 상환 연기 혹은 감축 등 채무 재조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美 금리 상승 조짐시 증시 충격 가능성”

-올해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도 초완화적이었다.

△그렇다.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중앙은행이 팬데믹 침체에 대응해 ‘올바른 일(has done the right thing)’을 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역시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부작용인가.

△전통적으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상품시장의 가격 혹은 노동시장의 임금을 확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 직전) 일본의 1980년대 말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2003~2006년을 보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의 급등이 두드러졌다.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최근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미국 증시 급등이 그렇다는 건가.

△미국 증시 초강세의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급격한 통화 팽창 때문이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증시는 버블인가.

△버블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현재 주가는 배당, 수익, GDP 등과 비교했을 때 역사상 최고점에 있는 건 분명하다. 이건 초저금리로 설명할 수 있다. (올해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 등으로 경제 회복이 빨라지면서) 만약 미국 금리가 조금이라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식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핵심은 금리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연준이 통화 완화 수준의 축소를 조금씩 거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올해 경제의 또다른 잠재적인 위험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새로운 백신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 극복 속도가 늦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거기에 더해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이 방역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현재 경제위기는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최근 수십년간 몇 차례 심각한 경기 침체가 있었다. 거기에 1918~1919년 창궐했던 스페인 독감이 합쳐진 것이다. 보건위기와 경제위기가 겹쳐 있다.

“바이든, 근로소득 세액공제 확대 필요”

-올해 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은 그동안 정부 지출을 통해 경제위기의 심화를 막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재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옐런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의 경력만 봐도) 재무장관 업무에 적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재정을 통한 소득 지원 프로그램을 넘어 인프라, 보건, 교육 등에 대한 공공투자를 늘리고 소득 40만달러 이상인 가구에 세금을 확대해 이를 부담하도록 하려 한다. 그 경제적 접근에 동의한다. 지금은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경제정책 조언은.

△근로소득 세액공제(earned income tax credit·근로자에게 부과한 소득세에서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제도) 확대를 권하고 싶다. 세율보다 공제 부분을 조정하는 식이다. 또 상당한 규모의 탄소세(substantial carbon tax) 도입이 필요하다. 탄소세 같은 추가 세수를 통해 미래의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렇다. 한국 역시 보건과 경제에서 팬데믹의 악영향을 받은 걸로 안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보건과 경제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나는 아직도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무역이라고 믿는다. 한국은 (주요 성장동력인) 무역 경쟁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제프리 프랭켈 교수는…

△1952년생 △미국 스워스모어대 경제학 학사 △MIT 경제학 박사 △미시건대 경제학과 교수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세계은행(WB) 컨설턴트 △빌 클린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 △전미경제조사국(NBER) 경기순환위원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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