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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찰총장 중도 사퇴, 정치적 중립 훼손한 여권 탓 크다

  • 등록 2021-03-05 오전 6:00:00

    수정 2021-03-05 오전 6:00:00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언론 인터뷰와 대구고검 방문을 통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도입 시도를 비판하면서 “백번이라도 직을 걸겠다”고 한 각오를 행동에 옮긴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끊으려는 현 정권을 겨냥해 그는 이날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일격을 가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그동안 윤 총장 몰아내기에 몰두해온 여권으로서는 목표를 달성했는지 몰라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윤 총장의 사퇴는 시간 문제였을 뿐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윤 총장을 파격 발탁했지만 권력 핵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은 탓에 임기가 보장됐음에도 여권은 노골적으로 공격해왔던 터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 등 주요 사건을 둘러싼 대립은 물론 중수청 등 검찰개혁 방안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지난 연말 이미 ‘이혼’ 상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내세워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당사자가 거부한 꼴이 됐다.

윤 총장도 정치적 중립이나 공정한 수사권 행사 등과 관련해 오해를 불러 일으킨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 때 그는 “검찰 개혁의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을 고려한다면 중수청 설립이나 수사·기소권 분리와 관련해 국회, 법무부 등과 접점을 찾았어야 했다. 침묵을 지키다가 돌연 언론을 통해 ‘헌법파괴’ 운운하고 전격 사퇴한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 봉사” 운운하며 앞날을 예고한 바 있는 윤 총장은 정치 활동을 시작할 공산이 크다. 대선 후보군 중 선두권의 윤 총장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다짐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도 관심사다. 잊을 만하면 재현되는 검찰총장의 중도 퇴진은 불명예스러운 일이고 지켜보는 국민들도 착잡하다. 어느 정권보다 민주적이라고 강조해 온 현 정권도 예외없이 검찰총수를 몰아냈다는 비판은 그래서 더욱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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