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과학칼럼] 영화속 '좀비' 바이러스, "현실성 없는 얘기 아냐"

박종현 과학칼럼 7편. 좀비 바이러스 실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좀비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없어
최소 잠복기 2~3일 필요, 물자마자 감염은 힘들어
"광견병+에볼라+잠복기 짧은 유전자 섞으면 가능"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 등록 2021-06-12 오전 8:08:45

    수정 2021-06-12 오전 8:08:45

과학지식을 그저 알기만 하고, 실생활에 사용해보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본 칼럼을 통해서, 과학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실생활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생명과학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등의 과학교양서를 저술했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사람들에게는 전염병으로 인해 모든 인류가 멸종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이 두려움은 2019년 말에 등장한 코로나19로 더욱 커졌다. 만약 코로나19보다 더욱 위험한 전염병이 나타난다면 우리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실제로 사람들의 이러한 공포심을 반영하여 『부산행』이나『킹덤』과 같은 좀비 바이러스 호러물이 등장했다. 미국에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로 뒤덮인 세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워킹데드』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영화들에 나오는 좀비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일단 정체를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갑자기 생겨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부모, 형제와 친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끔찍한 좀비가 되고 만다. 좀비는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한다. 좀비가 하는 일은 오직 하나다. 바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이빨로 물어뜯어서 감염시키는 거다.

이런 끔찍한 장면을 보다 보면 혹시나 좀비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 괜히 걱정이 든다.

좀비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제로’

그렇다면 좀비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다행히 현대 과학자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생겨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러스는 오직 살아 있는 생물에게만 기생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살아 있는 생물의 몸속이 아니면 번식을 절대 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사람 몸 밖으로 나오면서 다른 사람들을 계속 감염시키며 살아간다. 자칫하면 감염시킨 사람이 치명타를 입고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비는 이미 죽어버린 시체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는 사람을 좀비로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스스로 본인이 살아갈 집을 부숴버리는 꼴이 되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좀비 바이러스는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감염시킨 사람은 죽이지 말고 살려둬야 한다.

만약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면

상상의 나래를 조금만 더 펼쳐보자. 만약 좀비 바이러스가 사람을 죽이지 않는 녀석이라고 가정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사람을 좀비로 만들지는 않았어도 좀비처럼 행동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도 사람 몸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좀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무섭고 끔찍한 좀비가 되지는 못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꼭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좀비가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장면이다. 물어뜯긴 사람은 고작 몇 분 만에 좀비로 변해서 다른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좀비가 무섭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감염력 덕분이다.

이걸 달리 말하면 좀비 바이러스가 고작 몇 분 만에 사람의 몸속에서 빠르게 번식해 온몸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신체기능을 장악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없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이후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게 되려면 최소한 2~3일 시간이 필요하다. 좀비 바이러스도 아마 2~3일에 걸쳐 감기나 독감처럼 증상이 천천히 나타날 테니까 증상을 보고 격리하면 영화에서처럼 좀비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모든 과학자가 좀비 바이러스 가능성 닫은 건 아냐

모든 과학자가 좀비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사미타 안드레안스키 교수는 광견병 바이러스를 이용해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광견병은 뇌에 염증을 유발해 성격을 난폭하고 사납게 만드는 무서운 질병이다. 광견병에 감염된 동물은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물어뜯어 광견병을 전파한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 방식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염되면 미친 것처럼 보이는 데다 공격성이 심해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좀비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광견병 바이러스에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적절히 섞는다면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약 20~90일 정도로 전염력이 낮다. 만약 잠복기가 짧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섞어 광견병 바이러스를 만들면 이건 좀비 바이러스랑 크게 다를 게 없다.

여기에 사람 몸에 출혈을 일으키는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까지 섞으면 사람 외형을 좀비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현대 생명공학 기술은 유전자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수준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성질이 서로 다른 바이러스 유전자를 섞어 새로운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또 자연 상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낮다. 만약 이런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끔찍한 좀비 재난이 실제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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