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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넘어 전 세계 스포츠계를 뒤흔든 손가락 욕설 사건의 당사자 김비오(30)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태광컨트리클럽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김비오는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상처받은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징계를 받았을 때 팬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것 같아 고심 끝에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가락 욕설 사건 139일 후의 만남이었다. 2019년 9월 29일. 김비오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경기 도중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등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고개를 숙였다.
김비오는 올해 12월 31일까지 KPGA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1년 징계를 받았다. 이후 김비오는 주니어 골프 선수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고 보육원을 찾아 김장 봉사를 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팬과 골프의 소중함을 깨우쳤기에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시간을 보냈다.
김비오는 “후회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평생 고통받을 가족과 상처받은 팬들을 생각하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의 잘못이었지만 혼자 이겨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를 잡아준 건 아내 배다은(31) 씨다. 아내는 만삭에도 김비오의 곁을 지키며 힘이 돼 줬다.
이를 악문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해 12월 30일 태어난 딸이다. 아빠가 된 김비오는 “가장이 무너지면 한 가정의 행복이 깨지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기로 다짐했다”며 “한 가족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비오의 마음 한편에는 아이가 커서 아버지의 실수 장면을 보게 될 순간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아이가 커서 아빠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받을 충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아이들이 유튜브나 인터넷을 접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민 끝에 김비오는 더 좋은 아빠이자 골프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연습장에서 더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이유다. 그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골프를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며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고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훗날 딸에게 조금이라도 떳떳하도록 만회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은혜를 잊지 않고 팬들에게 징계를 받은 1년이 아닌 30년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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