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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주의'에 심취한 권력이 '좀비 정치'를 만든다

집권 여당 향한 강준만·표창원의 비판 메시지
부족국가 대한민국
강준만|328쪽|인물과사상사
게으른 정의
표창원|284쪽|한겨레출판
  • 등록 2021-04-07 오전 6:00:00

    수정 2021-04-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집권 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진보로 여겨졌던 여당이 도덕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자기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친여 인사들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글 또는 발언을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일이 대표적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쓴 ‘부족국가 대한민국’(왼쪽),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쓴 ‘게으른 정의 표지(사진=인물과사상사, 한겨레출판)
이런 가운데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그리고 범죄 프로파일러이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집권 여당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책 ‘부족국가 대한민국’(인물과사상사)와 ‘게으른 정의’(한겨례출판)을 나란히 펴내 눈길을 끈다. 비판의 방향과 태도는 각기 다르지만, 부족주의에 심취한 권력이 ‘좀비 정치’를 만든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지난해 12월 출간한 ‘싸가지 없는 정치’를 통해 오만과 독선에 빠진 진보를 비판했다. 약 3개월 만에 낸 신작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집단에 대한 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족주의가 현 정권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지금의 진보는 ‘끈끈한 동지애가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투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편과 반대편의 경계를 선명하게 나누는 선악 이분법’에 빠져들고 있다. 과거 운동권이 그러했듯 지금의 정권도 자신의 반대편인 보수를 ‘악마화’하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드는 것이 지난해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검찰 개혁 문제, 그리고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이다. 강준만 교수는 검찰 개혁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무리한 ‘윤석열 죽이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꼬집는다. LH 사건 직후 “LH 직원들은 신도시 개발이 안 될 줄 알고 샀을 겁니다”라고 옹호성 발언을 한 변창흠 국토건설부 장관에 대해서도 부족주의의 또 다른 폐해라고 비판한다.

진보 인사로 분류됐던 강준만 교수가 현 정권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것은 그래야만 더욱 건강한 진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강준만 교수는 “나는 진보가 진보를 비판하고 보수가 보수를 비판하는 게 예외적인 게 아니라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너 죽어라’보다는 ‘너 잘돼라’는 비판이 많아지는 가운데 비판의 질적 전환이 이루어져 품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강준만(왼쪽)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사진=인물과사상사, 한겨레출판)
‘게으른 정의’는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보수와 진보 모두의 문제점을 목격한 표창원이 쓴 정치비평서다. ‘상설 전투장’ 같았던 국회에서 보낸 시간을 바탕으로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 그리고 촛불 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담았다.

특히 표창원은 20대 국회가 최악으로 남은 이유가 바로 ‘좀비 정치’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좀비 정치’는 우리 편은 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 사실관계 확인이나 맥락, 입장 등을 무시한 채, 상대방 혹은 의견이 다른 이를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를 뜻한다. 강준만 교수의 부족주의와 궤를 같이 하는 의견이다. 더 나아가 표창원은 “좀비 정치의 전 단계에 ‘팬덤 정치’가 형성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정치인 팬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책에서 표창원은 갑질과 실수를 일삼고도 반성하지 않는 국회의원의 일상, 가짜 뉴스와 ‘좀비 정치’로 무너져가는 한국 정치의 현실, 차별과 혐오를 낳는 ‘정치질’의 문제 등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나아가 진보와 보수 모두 정치인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해득실보다 옳고 그름을 먼저 보고 이상과 가치, 신념과 원칙을 지키려는’ 순수함이 정치인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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