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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핀 전단지…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창원 작가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
페트병·신문기사 활용해 만든 작품들
'아름다운 표면 아래 맥락' 보여주고파
  • 등록 2021-05-17 오전 6:01:00

    수정 2021-05-17 오전 6:01: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어두운 전시장에 들어서면 인왕산, 관악산 등의 산등성이 실루엣 뒤로 은은한 빛이 벽면에 너울거리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 뒤로 빨강, 파랑, 초록 등의 색깔이 차례로 변하면서 마치 산 속에서 오로라를 보는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창원 ‘기여화강’(2016), 광고 전단지·LED조명·디스플레이 턴테이블(사진=성곡미술관)
빛의 정체를 보기 위해 작품 뒤를 보면 ‘다이어트’, ‘입시’, ‘투자’ 등 각종 글씨가 적힌 전단지들이 턴테이블에 돌아가고 있다. 전시장 가득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빛은 조명이 비춰진 전단지에서 만들진 것.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창원(49) 작가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에 설치된 ‘기여화광’이다.

이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빛의 반사’와 ‘그림자’를 이용해 성스럽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세계와 싸구려 재료로 만든 그 이면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근 미술관에서 만난 이 작가는 “일상 생활에서 신문 기사, 광고지 등 무수한 이미지를 접하지만 표면만 볼 뿐 맥락과 관계 등은 알 수 없다”며 “현실의 이미지로부터 전혀 다른 맥락의 이미지를 끌어내 두 세계로 표현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작품에는 신문 기사, 광고지, 커피가루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활용됐다.

우아한 스테인드 글라스 빛을 내는 오색찬란한 작품 ‘성스러운 빛’이 대표적이다. 앞에서 보면 아름답기만 한 작품의 뒷면을 보면 그 빛의 실체가 대야, 그릇,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물건들의 실루엣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작품을 통해 아름답다, 예쁘다 등의 감상을 떠나 그 근원을 함께 자각했으면 한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이창원 작가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 ‘대한제국의 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신문기사를 활용한 ‘평행세계’를 통해서는 현시대의 문제점을 화두로 던지기도 한다. 작가는 동물과 관련된 기사를 수집해, 기사에 실린 이미지 부분만 정교하게 오려내 작은 거울 위에 부착하고 그 부분을 조명으로 비춘다. 거울이 빛을 받아 반사된 동물 이미지는 어두운 전시장 벽면을 뛰노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기사 속 동물들은 동물 학대, 방사능 수치 때문에 죽어가는 물고기 등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작품에서 무엇이 표면이고, 무엇이 그 속에 담긴 맥락인지 판단은 관람객에게 맡겼다. 그는 “각자의 지식, 배경에 따라서 인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개개인의 경험에 맞게 해석하돼, 작품을 본 후 일상생활의 신문기사나 광고판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했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20년 이상 활발하게 활동한 중견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작가의 데뷔 때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2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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