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짓는 학부모·울상짓는 유학생…환율 급등에 ‘초비상’

고환율에 미·중·유럽 유학생들 고통 호소
학부모 “평소보다 연 1500만원 더 들어”
유학생 “식자재 싼 마트 찾아 멀리 떠나”
전문가 “통화스와프·기준금리 인상 필요”
  • 등록 2022-09-23 오전 6:00:00

    수정 2022-09-2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최대한 아끼려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죠”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김모(57)씨는 명동·남대문 인근에 있는 사설 환전소에 다니고 있다. 딸에게 생활비를 보내줘야 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이렇게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할 경우 시중은행보다 2~3% 정도 싸게 환전할 수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연일 계속되는 고환율에 유학생과 유학을 보낸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09.7원으로 마감했다. 강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 유로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위안의 경우 198.58원으로 마감하며 200원에 육박했고 원-유로의 경우 1387.51원으로 마감했다.

서울 명동 환전소의 모습. (사진=뉴스1)
“한달마다 보낼 돈이 늘어나” 한숨 쉬는 학부모들

고환율 시대에 자녀를 외국으로 보낸 학부모들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환율에 한숨을 짓고 있다. 미국 뉴욕으로 아들을 유학 보낸 유모(55)씨는 “아이를 유학보낸지 3년째인데 보낼때와 비교해서 올해는 1500만원 정도 더 들어가는 것 같다”며 “모아놓은 돈으로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외국에 있는 아이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한 학부모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아들을 유학 보낸 김모(61)씨는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며 너무 부담스러워서 이번 학기까지만 다니고 잠시 귀국하는 게 어떤지 아들에게 물어봤다”며 “다행히 아들이 내년에 군대를 간다고 해서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유럽 등지로 보낸 학부모들도 높아지는 환율에 걱정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유럽 유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율을 걱정하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로 딸을 유학 보낸 박모(58)씨는 “매달 7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주는데 저번달에 보냈던 것보다 100위안 정도가 줄어들더라”며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200원이 넘어가면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높아진 환율에 학부모들은 학기 단위로 주던 생활비를 월 단위로 나눠 보내는 등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뉴욕으로 딸을 유학 보낸 이모(51)씨는 “원래 학기 단위로 학비와 함께 보냈었는데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매달 나눠보내고 있다”며 “학비로 분할납부로 내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싼 곳 찾아 삼만리” 허리띠 졸라 매는 유학생들

역대급 환율에 유학생들은 돈을 아낄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김모(26)씨는 요즘 식자재를 사기 위해 집 근처 마트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김씨는 “바로 옆 뉴저지에 있는 마트가 집 근처 마트보다 1.5배 싸서 조금 멀지만 이동해서 쇼핑을 하고 있다”며 “부모님께 손 벌리기 미안해 최대한 외식을 자제하고 만들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박모(23)씨는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1년치 생활비를 한 번에 받았다. 위안-원 환율이 2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점점 환율이 높아지는 추세라 월 60만원씩 받던 생활비를 한번에 700만원 정도 받았다”며 “주변 친구들도 최근 환전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거지를 옮기거나 친구와 함께 사는 유학생도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박진성(가명)씨는 “뉴욕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보니 친구와 함께 집을 합쳤다”며 “월 1500달러 정도 들었었는데 이제는 700달러정도로 줄어들었다. 뉴저지쪽으로 옮겨서 멀어졌긴 했지만 그나마 살만해졌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한 유학생들도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학부 과정을 수료 중인 김민수(가명)씨는 불법으로 용돈을 벌고 있다. 학생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김씨는 해당 비자로는 일을 할 수 없지만 치솟은 환율에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이다. 김씨는 “한영 번역이나 통역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다”며 “현금으로 월 800달러 정도를 벌어 부모님의 부담을 줄여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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