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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블루드래곤' 이청용(볼튼원더러스)이 아시아의 강호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한국축구대표팀의 '공격 구심점' 역할을 부여받았다.
조광래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이란전에 대한 대표팀 전술 운용 방안을 설명했다.
조 감독이 제시한 승리 해법은 앞서 치른 나이지리아전과 대동소이했다. 3-4-2-1 전형을 바탕으로, 잦고 빠른 패스워크를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한 뒤 상대 위험지역을 차근차근 압박한다는 내용이다.
◇이청용 쉬프트의 등장
작지만 중요한 변화는 공격진에 있었다. 조광래 감독은 이른바 '이청용 쉬프트'를 가동해 공격진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허정무 전 감독이 재임기간 중 즐겨 활용하던 '박지성 쉬프트'의 변형 버전이다.
박주영(AS모나코)과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이청용을 공격의 삼각축으로 활용하되, 이청용의 활동 영역을 충분히 보장해줌으로써 특유의 공간 장악 능력과 발재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해 박주영과 박지성은 세로 방면으로 포진시켜 공격전술의 뼈대 역할을 맡기고, 이청용으로 하여금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과 패스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조광래 감독은 "이청용이 공격지역에 진출할 경우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이청용의 빈 자리를 메우게 된다"는 보충설명도 들려줬다. 이청용의 위치에 따라 공격진 전체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기대, 그리고 일말의 우려
이청용이 이란전에서 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움직임을 선보인다면 선수와 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이 안고 있는 해묵은 의문, '만약 박지성이 없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 내놓을 답이 생기게 되는 까닭이다.
대표팀에서 공격전술의 구심점으로서 맹활약하며 얻은 자신감을 A매치 이후 선수 자신의 소속팀 경기까지 이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이청용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조광래 감독의 고민이 깊어진다. '포스트 박지성'을 찾기 위한 과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까닭이다. 선수 자신이 부진했는지, 주어진 역할에 문제가 있었는지, 또는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지 두루 따져봐야하는 수고도 불가피하다.
이란과의 A매치는 '이청용 쉬프트'를 실험하기에 적당한 경기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평가전이 갖는 장점이자 존재의 이유다.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는 무대는 이미 마련됐다. 결국 성패의 열쇠는 '조광래호의 키맨' 이청용 자신이 쥐고 있는 셈이다.
*쉬프트(shift)란
본래 야구 용어로, 상대팀 특정 타자의 타격 성향을 고려해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1946년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루 부드로 감독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천재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막기 위해 수비수들을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시킨 것에서 유래했다. 축구에서는 주축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속팀의 전형과 전술, 선수 구성 등에 변화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