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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준은 지난달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투수였다.
당시 성적은 5.1이닝 동안 8피안타 4사사구 5실점. 좋은 기록은 아니었지만 심한 고열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하면 두산과 팽팽한 승부를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두산에 비해 훨씬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 치른 1차전이었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서 탈락한 롯데 입장에서 1차전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다. 송승준은 그 경기서 투혼을 발휘하며 롯데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준플레이오프는 거기서 끝인 줄 알았더 롯데가 1,2차전을 모두 이긴 덕에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일은 없을 듯 했다.
그러나 결국 다시 송승준에게 공이 돌아왔다. 더욱 막중해진 책임감이 그의 어깨에 내려져 있다.
상대팀인 두산은 지금 바람을 타고 있다. 1,2차전을 모두 내줬지만 3,4차전서 특유의 집중력과 과감함이 살아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몸은 지쳤지만 정신은 그 어느때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반면 롯데는 쫓기고 있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승부를 놓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렸다. 큰 경기의 부담에 질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더해진 최악의 상황이다.
초반 승부는 그래서 중요하다. 승부가 팽팽하게 진행된다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두려움과 부담을 씻어줄 수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틈을 보이게 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송승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송승준은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다. 여전히 편도선이 부어 있어 100%의 공을 뿌리긴 어렵다.
하지만 열은 내린 상태다. 편도선의 불편함은 반대로 힘 빼고 공을 던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책임감과 투지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투수가 송승준이다.
송승준이 두산의 바람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바람은 시작되면 무섭지만 벽이 탄탄하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송승준이 롯데의 묵은 한을 풀어줄 든든한 벽이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