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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원조 에이스' 배영수의 어깨가 무겁다. 배영수는 8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선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단순히 하나의 경기가 아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까지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한판 승부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이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이기느냐가 더 중요하다. 4차전 안으로 끝낼 수 있다면 한국시리즈서도 좋은 경기가 기대되지만 그 이상 끌고가면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2차전이 중요하다. 1차전을 극적으로 가져 온 삼성이 2차전마저 승리한다면 두산은 빠르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배영수는 지금 '최고'라고 하긴 어렵다. 전성기의 구위를 회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기(技)는 아직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기(氣)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영수는 여전히 '최고'라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기운의 측면에선 삼성 투수들 중 단연 으뜸이다.
지난 2004년 현대와 한국시리즈 4차전서 10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바 있다. 단순히 기량이 출중해서가 아니었다. 에이스라는 자부심이 그를 최고의 투구로 이끌었다. 氣가 技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단기전의 묘미다.
또 2차전만 잡아낸다면 두산의 기를 확실하게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배영수의 기운이 더욱 중요해졌다.
배영수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를 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나를 믿고 던지는 혼이 실린 직구라면 결코 쉽게 맞아나가지 않는다"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그 믿음이 또 한번 발휘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 삼성은 지금 그의 어깨에 또 한번 기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