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갑질도 정직 3개월 땡…솜방망이 징계에 들끓는 서울대

갑질 H교수 정직 3개월 결정에 서울대 갈등
총장·학생 반대에도 징계위 '정직3개월' 의결
정직 3개월→1년 연장 검토에 '보여주기' 지적
"정직기간 늘면 파면·해임은 아예 사라질 것"
  • 등록 2018-05-31 오전 5:30:00

    수정 2018-05-31 오전 5:30:00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대 광장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학생들에게 ‘갑질’과 성희롱을 하고, 연구비를 횡령한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기자] “사제 관계가 아니라 주종 관계였다.”

서울대 사회대 구성원들이 성추행과 폭언 등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H교수가 이 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H교수는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갈 때마다 대학원생들에게 냉장고 청소와 자택 곰팡이 제거 업무를 시켰다. 가족들이 미국에서 건너올 때면 ‘한국에서 (가족들이) 사용할 휴대폰을 개통해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같은 시기 ‘너는 쓰레기다’·‘(너는) 좀 맞아야 한다’는 폭언도 이어졌다. 성추행 발언과 행동도 수위를 더해갔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직원에게 어깨동무나 팔짱을 끼고 등을 쓰다듬었다. 회식 장소에서 상대방의 성적 사생활을 이야깃거리로 삼기도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는 “H교수가 고작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에 교내 구성원 모두 분노하고 있다”며 “H교수를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H교수 솜방망이 징계…총장에 학생까지 반발

갑질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교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H교수 징계를 두고 총장과 징계위원회 의견이 엇갈린데다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대립 구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해임과 파면을 제외하면 정직 3개월이 최고 징계인 상황에서 징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은 징계에 따른 교수 정직 기간을 최고 1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꺼내 들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는 지난 21일 두 번째로 열린 H교수에 대한 징계위에서 정직 3개월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1일 열린 징계위에서 H교수에게 정직 3개월을 의결했다. 그러나 성낙인 총장이 “징계가 경미하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H교수가 대학원생 인건비 1500만원을 유용한 의혹으로 교육부 감사를 받은 사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 총장 측은 2차 징계위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사회의 보편적 인권의식이 미흡해 (징계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징계의결서 서명을 거부하면서 징계 처분은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정직 3→1년 연장 검토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립학교법 제61조에 따르면 교원이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했을 때 단계별로 △견책 △감봉 △정직 △해임 △파면을 한다고 나와 있다. 정직을 당하면 해당 기간 일할 수 없으며 보수의 3분의 2를 감봉 받는다. 그러나 정직 기간이 3개월을 넘길 수 없고 신분 또한 유지할 수 있다. 결국 해임이나 파면을 받지 않으면 정직 3개월이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징계가 되는 셈이다.

H교수에 대한 정직 3개월 결정에 서울대 학생들은 파면을 요구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H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학생연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침해와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캠퍼스가 되도록 합리적인 징계기준을 만들라”며 반발했다. 지난 24일에는 사회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생 10명이 자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사회학과 교수들도 “본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8일에는 관악구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관계자들까지 학생들의 H교수 파면 요구에 동참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대는 비위를 저지른 교수에 대한 정직 수위를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두고 검토에 나섰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을 제외하고 학내 기구를 상대로 의견을 구하는 단계”라며 “내달 열리는 교원인사위원회와 학사위원회, 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공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서는 정직 수위를 높이는 것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새 법안을 만들더라도 정작 H교수는 이 법안을 적용받지 않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며 “정직 1년 조항이 생기면 해임이나 파면으로 가는 사례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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