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發 차입 경고등]논란 많은 영구채…유동성 위기 부를라

ABS·영구채 `우후죽순` 잇단 유동성 위기에 리스크 부각
영구채 통상 5년내 상환…"스텝업 조건에 영구성 결여"
두산그룹·대조양 등 영구채 부담 증폭…"자본 아닌 부채로 봐야"
  • 등록 2019-04-18 오전 5:20:00

    수정 2019-04-18 오전 8:03:17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 비금융회사에서 빌린 시장성 차입이 많은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고 있다. 높은 금리 매력에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며 우후죽순 발행됐지만,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와 신용도 하락 등으로 손실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계상되기에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위한 `꼼수`로 활용됐지만, 발행자와 투자자의 만기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존재하기에 부채로 잡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020560)에 영구채 투자 형식으로 5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채권단 주도의 회사채 발행과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AB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 청구에 대한 우려를 한시름 놓을 수 있겠지만,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또 다른 빚으로 시장성 차입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영구채는 지난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최초로 5억달러 규모를 발행했는데, 자본과 부채의 중간 영역인 만큼 당시에도 회계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결국 2013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을 통해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으면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의 발행이 줄을 이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국내 73개 기업이 발행한 영구채 잔액은 29조5338억원에 달한다.

영구채는 당초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적합한 금융상품으로 도입됐으나, 기업들이 보완 자본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지배구조 상 지분 문제가 따르기에 이를 적절히 피할 수 있는 영구채를 발행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국내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영구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했다. 높은 이자비용을 주더라도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금도 채우면서 자본 확충까지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채권이지만, 통상 30년 이상의 만기를 설정하고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상 5년 후에 발행기업이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해 중간에 상환이 이뤄진다. 콜옵션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을 걸어 사실상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상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졌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관행적으로 영구채의 스텝업 금리를 매우 높게 설정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5년 내 갚을 채권으로 받아들였다”며 “이 부분에서 발행기업과 투자자 사이에 `미스매칭`이 발생했으며, 태평성대 시절에는 위험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위기를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던 두산그룹은 지난 2017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 상환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허덕였다. 최근에는 지난해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자금지원 압박이 가중됐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으며, 두산건설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여지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기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는 2조3000억원 규모로 스텝업 조건으로 인해 내년에 금리가 대폭 오를 수 있어 신용평가사는 사실상 차입금으로 분류, 평가할 수 있는 만큼 회사측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진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는 영구채를 완전한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고 후순위성, 만기 영구성, 이자지급의 임의성 등을 고려해 일정 부분의 자본비율을 반영해 재무건전성 지표를 산정한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영구채의 후순위성을 먼저 고려하고 콜옵션을 반영한 잔여 만기를 5년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발행자의 재량에 따라 이자를 유예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 등 이자지급 임의성 등을 반영해 조정 차입금을 산정한다. 자본 인정 비율은 기업별로 10%에서 50%까지 천차만별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도 마찬가지로 후순위성, 만기 영구성, 이자지급의 임의성을 고려해 자본 인정 여부를 가린다. S&P는 “실질 만기가 20년 이상은 돼야 자본으로서의 조건을 어느정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만기 영구성에서 많이 걸린다”며 “회계상 자본은 인정되지만 자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아 부채로 분류해 재무 분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회계 업계에서도 영구채의 자본 계상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IASB는 자본 특성이 있는 금융상품의 부채와 자본 분류 원칙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IASB에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냈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영구채의 실질 조건을 보고 자본 계상을 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스텝업 조건 등으로 기업의 조기 상환이 불가피한 구조인만큼 부채로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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