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는 신혼부부…도돌이표 정책에 '한숨만'

비싼 보증금, 까다로운 지원제도
출퇴근 시간 감당하기 힘들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떠밀리듯 '脫서울'
박원순시장, 2쌍 중 1쌍에 주택제공 한다지만
집 새로 짓기보다 대출지원 등 치중해
"서울 도심 재건축으로 공급 늘려야"
  • 등록 2019-07-17 오전 5:00:00

    수정 2019-07-17 오전 8:15:15

신혼집 평균비용 / 서울 주요지역 일자리 질 지수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박민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예비신랑 A씨는 오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부와 몇 달 동안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진이 빠졌다. 예비신부의 회사는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어 신혼집을 중간 지점인 동작구나 서초구에 구하고 싶지만 소형 아파트 전셋값조차 대부분 5억원을 넘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경기도에 있는 신도시도 고려했지만 둘 중 한 명은 출퇴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신혼부부를 위한 각종 지원제도도 제각각인데다 까다로워 몇 번이나 신청을 하려다 관두고 말았다.

전셋값이 1~2년 전에 비해 안정세라고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비싼 보증금 등으로 인해 새로 출발하는 신혼부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 내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를 재차 강조했지만, 실제 공급은 쉽지 않아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거비 부담에 서울 떠나는 신혼부부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신혼부부(27~35세) 고객의 주택 및 전세자금대출 5만397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가 매입은 1억5000만원, 전세는 1억1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혼집 구매 평균비용은 자가는 3억8000만원, 전세는 평균 1억8000만원 이었다. 반면 경기도는 신혼집 구매비용이 평균 2억7400만원, 전세는 1억4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신혼집 마련비용이 경기도보다 비싸다 보니 서울의 인구유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1만명이 서울을 떠났고 이중 6만5000여명이 경기도로 둥지를 옮겼다. 인구이동 사유를 보면 ‘주택’ 문제가 40. 0%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서울에서 취직을 한 후 결혼하려는 예비신혼부부들의 직장이 주로 서울의 강남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상장기업과 공공기관 일자리 등 약 150만개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몰려 있다. 지난 3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 일자리 질 지수’(LQEI)에서도 서울은 1.928로 2위인 대전의 1.482와 비교해 비교적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도 강남구는 2.930, 서초구는 3.221, 송파구는 2.160으로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강남권에 양질의 직장이 대거 몰려 있다보니,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가장 바라는 신혼주택도 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라며 “서울시가 신혼부부를 위해 실질적인 주택을 공급하려면 소형 평형의 임대아파트 공급 등을 조건으로 강남권 등 서울 도심 재건축 아파트 단지 용적률을 최대한 상향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혼부부 50%에 공적주택 제공한다’는 박시장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에 공감하고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은 지난 4일 민선 7기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내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에게 주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돈을 더 쓰려고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5년간 매년 1만7000가구씩 공급하기로 한 신혼부부용 ‘공적임대주택’(공공임대·공공지원) 규모를 2만5000가구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해 서울에서 결혼하는 한해 약 5만 쌍 가운데 절반에게 시의 신혼부부용 공적임대주택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공개적 약속과 달리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신혼부부용 집을 새로 짓는다기 보다는 이자비용지원이나 대출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신혼부부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며 “행복주택이나 재건축·재개발 매입형 공급에서 신혼부부 비율을 더 높여나가는 방법으로 신혼부부에게 신혼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에 살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원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결혼 후 맞벌이가 보편적인 상황에서 거주수요가 높은 서울 강남권과 도심권 내 공급을 통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이 묶인 상황에서는 소형 주택 공급도 쉽지 않아 앞으로 신혼부부들의 서울 내 신혼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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